'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속 이커머스 장악한 거대 유통 플랫폼

<진격의 플랫폼, 혁신과 공정사이>(3)이커머스 공정경쟁
공정위, '갑질' 쿠팡·'조작' 네이버에 철퇴 내려
이미 시장 지배적 사업자 자리 굳혀
"단골 다 뺏길라"..유통 대기업, 온라인 내공 쌓지만
의무휴업·영업시간 제한 등 오프라인 규제에 발목
  • 등록 2021-08-27 오전 7:00:00

    수정 2021-08-27 오전 7:00:00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빠른 배송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사세를 키우고 있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의 이면에는 납품업체에 대한 ‘갑(甲)질’, 검색 알고리즘 조작, 배송직원 사망 등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일각에서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만을 옥죄는 정부의 규제 탓에 온라인 업체들이 수혜를 보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甲이 된 네이버, 쿠팡 앞에선 대기업도 ‘벌벌’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쇼핑), 쿠팡,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3사는 사실상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지위에 올라 있다. 네이버는 2012년 샵N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커머스에 뛰어들었고 쿠팡은 2010년 미국의 소셜커머스 그루폰을 본떠 만들어졌다. 이베이코리아는 2011년 G마켓이 옥션을 흡수합병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지난해 기준 거래액은 네이버 27조원(17%), 쿠팡 21조원(13%),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20조원(12%) 순이다. 세 곳이 1/3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10년여 만에 이룬 업적이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문제는 이런 성과가 주변 이해 관계자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졌다는 데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네이버, 쿠팡 등에 잇따라 철퇴를 내렸다. 모두 참다못한 입점업체 민원으로 조사가 시작됐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쇼핑 분야에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최소 6차례 자사에 유리하게 검색 알고리즘을 변경한 것으로 파악하고 지난해 10월 약 2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가격비교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네이버가 자사 오픈마켓(열린장터) 상품은 검색 결과 상단에 올리고 11번가 등 경쟁 오픈마켓 상품은 하단에 노출시키는 수법을 썼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공정위는 또 쿠팡이 LG생활건강 등 납품업체에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이달 약 3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2017년부터 2020년 9월까지 101개 납품업체를 상대로 11번가 등 경쟁 온라인몰에서 판매가격을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최저가 정책을 택하고 있던 쿠팡은 경쟁 온라인몰에서 같은 제품을 더 싸게 팔면 이를 따라 가격을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마진이 줄어들자 쿠팡은 납품업체에 손실분만큼 광고를 하라며 몰아붙이는 등 ‘경영간섭’을 일삼았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네이버, 쿠팡은 일제히 공정위에 반발했다. 네이버는 “소상공인에게 상품 노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쇼핑 검색 알고리즘을 수시로 ‘개선’했다”고 반박했으며 쿠팡은 “과거 신생 유통업자에 불과했던 쿠팡이 업계 1위 대기업(LG생활건강)에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했다. 양사는 공정위 결정에 불복하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픽=신세계그룹 뉴스룸)
온라인쇼핑 규율 급한데 낡은 의무휴업 규제 매달리는 국회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당장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들이 팔을 걷고 나서 온라인 플랫폼업체의 불공정행위를 방지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신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운동장이 기울어진 채로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이 높아지자, 온라인 플랫폼의 입점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가 증가하고 있다”며 “입법 지연은 결국 입점업체를 사각지대에 방치해 부당한 피해를 입힐 뿐이기 때문에 대응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플랫폼의 힘이 더 커지면 과도하게 입점·중개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각종 명목으로 비용을 추가로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당은 복합쇼핑몰에 대한 월 2회 휴업을 강제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 구시대적 규제를 강화하는 데만 매달리고 있다.

이는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과도 동떨어져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복합쇼핑몰 영업규제(월 2회 공휴일(일요일) 의무휴업)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물었더니 반대 62.6%, 찬성 18.9%, 잘 모름 18.5%로 집계됐다. 반대하는 이유는 ‘주말에 쇼핑이 불가능해 불편해서(69.6%)’ ‘규제해도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에 도움 안돼서(56.7%)’, ‘소비자 선택 제한’(53.5%), ‘의무휴업으로 입점 소상공인 동반 피해’(26.7%), ‘방문객 감소로 주변상권에 부정적 영향’(17.6%) 등이었다.

국회는 거센 반대에도 ‘정 그렇다면 휴일이 아니라 평일에 휴업해도 좋다’면서 입법을 밀어붙일 태세다. 복합쇼핑몰 문을 걸어잠그면 웃은 건 재래시장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들인데도 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든 복합쇼핑몰이든 이젠 전통시장과 한배를 타고 있다. 일단 사람들이 밖에 나와야 서로 연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영업규제는 이를 간과한 ‘탁상공론’”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2012년부터 시행 중인 유통산업발전법상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0시부터 8시까지, 2013년 10시까지로 확대)으로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 배송 및 새벽배송은 온라인전용물류센터를 통해서만 하고 있다. 멀쩡한 배송지 인근 점포 내 재고를 이용하지 못하고 물류센터를 거쳐야만 해 막대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장보기 수요가 급속도로 늘면서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은 하루 쿼터(할당량)를 두고 선착순으로 새벽배송을 감당하고 있다. 영업시간 제한 등이 없었다면 더 많은 고객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데도 말이다. 오프라인을 겨냥한 규제가 대형마트의 온라인 전환을 가로막고 있는 전형적인 사례라는 설명이다. 이를 바로잡는 보완 입법은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규제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라고 주문한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교수)는 “출점이나 영업행위를 일거수일투족 간섭하는 방식은 지양하는 게 글로벌 추세”라면서 “규제가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에 후행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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