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앞두고 속 타는 정부

8·15 앞두고 이희호 여사 평양 방문·국회의장 면담 등 추진
北, 민간·국회 만남엔 우호적인 기류…당국간 대화에는 '냉랭'
정부 남북 관계 개선 위한 자체 동력 보이지 않아
  • 등록 2015-07-04 오전 8:00:00

    수정 2015-07-04 오전 8:00:00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광복 70주년·분단 70년’인 올해 광복절(8·15)을 앞두고 민간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남북간 대화 시도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당국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희호 여사 방북과 남북 국회의장 면담 등이 추진되면서 오랜만에 남북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남북 관계를 주도해야 할 정부는 개성공단 임금 인상 갈등이 넉달째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위원회 조차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취임 초부터 남북간 민간교류 활성화를 강조하며 북한과 작은 부분부터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반대로 남북 관계는 더 경색되고 있다.

정부는 표면적으로 남북간 순수한 민간 교류를 적극 환영하고 지원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남의 잔치의 ‘구경꾼’밖에 될 수 없는 처지다.

이희호 여사 방북·국회의장 면담 추진은 ‘순항’

일단 이희호 여사 방북을 추진중인 김대중평화센터와 정의화 국회의장측은 돌발 변수만 없다면 방북이 성사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인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은 최근 북측과 실무접촉 이후 “이 여사의 방북이 지난해 말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의 초대에 의한 방문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면서 “북측이 (일정에 대한) 여사님의 뜻을 반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의화 의장측 관계자도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정 의장님에 대한 북측의 평가가 긍정적이고 정부하고의 대화보다는 국회와의 대화를 더 선호한다고 들었다”며 남북국회의장회담 성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북 관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남북 관계가 막혔을때 제3자를 이용해 분위기를 떠 보는 건 북한이 자주 쓰는 외교적 전술 중 하나”라며 “북한측에서도 우리 정부와의 대화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리진 않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부 속내는 ‘불편’…자체 남북 관계 개선 동력 부재

그렇다고 해도 이를 바라보는 정부의 속마음은 편치 않을 수 밖에 없다. 한 정부 당국자는 “통일부로서는 북한이 당국간 대화 테이블에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 마당에 민간 차원의 교류만 추진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다”면서 “여기서 성과가 나면 물론 좋겠지만 정부가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어 우려 섞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로서는 남북 당국간 대화의 길이 오리무중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우리측에서 통일준비위원회 차원의 대화제의를 했고 북측이 “최고위급 대화도 못할 게 없다”고 했을때까지만 해도 희망이 보였다.

그러나 반년만에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3월부터 시작된 한미 합동 군사훈련과 한반도 내 사드 배치 논란, 개성공단 임금 갈등,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서울 개소, 우리정부의 독자 금융제재 등 남북관계 악재가 이어지면서 6·15 공동선언 기념 남북 공동행사 마저 무산된 상황이다.

사실상 올해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는 광복 70주년을 한달여 앞두고 있지만 북측은 대남비난을 지속하고 있고 당국간 대화는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북측에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관심있는 모든 현안에 대해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대화를 제의했다”면서 “현재로서는 새롭게 대화제의를 또 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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