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기각 깨고 직접 유죄 선고한 2심…대법 "형소법 위반, 1심부터 다시"

식약처에 원료 인정 신청내며 논문 무단 복제
1심서 '영리목적' 아니라 보고 '공소기각'했지만
2심 공소기각 파기하고 직접 변론 거쳐 유죄로
대법 "유죄 맞지만, 직접 심리말고 환송 했어야"
  • 등록 2020-08-16 오전 9:57:19

    수정 2020-08-16 오전 9:57:19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항소심에서 1심의 공소기각 판결을 파기하면서도 사건을 1심에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심리해 유죄를 선고했다면, 이는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이데일리DB)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모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 성남지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의약품제조업체 A사의 연구소 부소장으로 근무하는 오씨는 칠레산 로즈힙을 수입해 로즈힙 분말을 제조하기 위해 2012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A사 명의로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인정 신청을 하면서 저작권자인 카이 윈터 등의 사용 허락없이 임상연구 논문을 임의로 복제·첨부했다가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양벌규정에 따라 A사 역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논문을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담당 공무원에게 배포한 행위는 저작권자의 배포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다만 “오씨의 저작권 침해 행위는 간접적인 영리의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해 저작권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친고죄로 고소가 필요한 사건으로, 저작권자의 고소는 고소기간 도과 후 제기돼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한정해 비친고죄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 사건의 경우 “담당 공무원의 편의를 위한 것에 불과하고 그로 인한 침해도 1회성에 그치는 바 ‘직접적인 영리의 목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친고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카이 윈터가 오씨의 저작권 침해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이는 시점은 2013년 8월, 고소장 접수는 2015년 4월에 이뤄졌는데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면 고소하지 못한다’는 형소법상 고소기간을 도과했다는 판단이다.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은 “A사가 식약처로부터 기능성 원료 인정을 받을 경우 상당한 이익이 예상된다”며 “영리의 목적으로 저작재산권 침해행위를 한 경우로서 저작권법상 비친고죄”라고 판단했다. 이에 항소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오씨와 A사에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유·무죄 판단에 있어 항소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지만, 그 판결 과정에는 위법이 있다며 사건을 1심 법원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항소심) 판시와 같이 1심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한 것이 잘못이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며 ‘영리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면서도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1심 법원인 수원지법 성남지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형소법상 ‘공소기각 또는 관할위반의 재판이 법률에 위반됨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때에는 판결로써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항소심에서 1심의 공소기각 판결이 법률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이상 본안에 들어가 심리할 것이 아니라 1심 법원에 환송해야 한다”며 “원심이 1심의 공소기각 판결을 파기하면서도 사건을 1심 법원에 환송하지 않고 본안에 들어가 심리한 후 유죄를 선고한 것은 형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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