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피해 농민들, 이제는 '폭우 걱정'

  • 등록 2012-06-30 오전 10:54:16

    수정 2012-06-30 오전 10:54:16

[노컷뉴스 제공]충남 서산시 판교면에 사는 농민 김 모(53) 씨. 속절없이 말라가는 어린모들을 보며 속만 앓은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하지만 이번 주말 그토록 바라던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도 김 씨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이렇게 메마른 상태에서 한꺼번에 비가 오면 다 떠내려가요. 가끔 비가 와서 땅이 다져지고 해야 되는데 땅이 마른 상태에서 한 번에 와버리면 많이 무너지죠.”

지난해에도 계속된 게릴라성 폭우에 농작물 피해를 입었던 김 씨에게는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이번 주말 장마가 예고되면서 가뭄에 시름하던 충남지역 해갈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폭우 피해에 대한 우려 역시 만만치 않은 상태다. 오랜 가뭄으로 건조해진 땅의 지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리면 산사태 등 자칫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다음달 1일까지 대전·충남지역을 비롯한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전·충남지역의 예상 강수량은 북부 서해안이 사흘 동안 20~70㎜, 그 밖의 지방은 10~40㎜ 안팎으로 지역별 편차가 심한 상태다.

특히 30일 오전에는 대기 불안정으로 북부 서해안을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20~30㎜의 게릴라성 폭우가 예상되면서, 기상청은 농지 배수로와 하수구 정비 등 비 피해가 없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가뜩이나 최근 몇 년 동안 장마철마다 국지성 호우 피해가 반복됐던 농민들에게 다가오는 장마 소식이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는 이유다. 극심한 가뭄 직후에 찾아온 비 소식이니만큼 산사태 예방 등 지자체의 더욱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민 조 모(60) 씨는 “가뭄으로 어린모와 밭작물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다 유실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가뭄에 집중하다보니 정작 다가올 장마와 태풍에 대해서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고 지자체에서도 별다른 얘기가 없어 불안감이 더 크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충남도 치수방재과 관계자는 “용수원 확보를 위해 저수지 준설과 하상굴착이 실시된 곳을 비롯해 재해위험시설과 사업장 등에 대한 일제점검을 벌였으며 결과를 정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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