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스쿨존 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특히 어린이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돼 온 불법 주정차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어 개학을 앞둔 학부모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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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 곳곳 불법 주정차 여전…학부모 “곧 등교인데 걱정”
민식이법은 지난해 충청남도 아산시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건널목을 건너던 김민식(당시 9세)군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법 제정을 거쳐 3월25일에 시행됐다. 시행된 지 두 달 가까이 됐지만 불법 주정차는 여전했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는 불법 주정차한 트럭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불법 주정차 된 트럭 대부분은 초등학교 앞에 있는 시장과 상점에 물건을 내리고 싣는 트럭이었다. 스쿨존 내 트럭을 세워놓고 과일을 파는 노점 상인도 보였다.
인근 초등학교 앞 상황도 비슷했다. 이날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는 5대 이상의 차량이 불법 주정차 중이었다. 이 차량은 근처 기사식당에서 밥을 먹기 위해 주정차를 한 차들이었다. 해당 차량의 운전자들은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아 잠시 차를 세워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법주정차 차량이 여전히 스쿨존 한쪽을 차지하고 있자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 이모(40)씨는 “시장에서 물건을 내려놓는 가게들이나 주정차 된 차들을 지나려면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곧 개학이 시작되는데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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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로 없는 도로도 문제…“위험 상황 잦아”
주택가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거주자 주차장이 보행로 없는 도로와 바로 연결되는 문제도 있었다. 관악구 인근 초등학교 스쿨존에는 분리대 없이 도로만 있었다. 인근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을 오고 가는 아이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동생과 학교를 찾은 김모(17)양은 “근처가 주택가라 배달 오토바이나 택배 차들이 많이 지나다닌다”며 “인도가 따로 분리되지 않아 위험할 뻔했던 상황이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인근 초등학교도 마찬가지였다. 동작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스쿨존에는 초록색으로 보행로 표시가 돼 있었지만 보도블록이나 분리대가 없어 불법 주정차 차량이 버젓이 보행로를 차지하고 있었다. 동네 골목시장에 있는 스쿨존에는 정차해 있는 대형 트럭들이 시야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었다. 또 양쪽 방향에서 시장 진입을 시도하다가 막혀 보행로로 후진하는 차들도 많았다.
스쿨존에서 운전을 하던 백모(33)씨는 “집에서 나오면 바로 스쿨존이 나오는데 보행로를 침범해 주차한 차량들이 많다”며 “운전을 하면서도 항상 정차된 트럭 뒤에서 갑자기 누가 튀어나오면 과연 방어할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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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책 내놨지만 실효성 의문…전문가 “인식의 전환 필요”
민식이법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민식이 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와대 청원 글에 35만명 넘게 동의했다. 이에 답변자로 나선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지난 20일 “현행법과 기존 판례를 감안하면 무조건 형사처벌이라는 주장은 다소 과한 우려”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올해 1월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대책을 내고 스쿨존 내 교통사고에 대한 해결방안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런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운전자 백씨는 “과태료를 올린다고 불법 주정차가 사라질지는 의문”이라며 “(스쿨존 내)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를 따져서 처벌하도록 하는 등 불법 주정차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대표는 “민식이법의 목적은 학교를 오고 가는 어린이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스쿨존이 왜 생겼는지에 대한 이해를 명확히 하고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