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합산 점유율은 전년 대비 5.3%포인트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7.8%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지만 2위인 CATL(27.5%)과 점유율 차이는 단 0.3%포인트에 불과하다. 1년 전 7.1%포인트 격차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SK온과 삼성SDI는 각각 10.7%, 10.2%의 점유율로 4, 5위에 머물렀다. 이처럼 중국 업체들은 내수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턱밑 추격 속 전방산업인 전기차 수요 둔화는 배터리 업계의 표정을 더욱 어둡게 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은 1407만대로 연간 성장률이 전년(61.3%)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33.5%에 그쳤다. 올해 성장률은 19.1%로 예고됐다. 이에 따라 당분간 글로벌 배터리 출하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측면에선 우리 기업이 북미 등에 증설한 대규모 공장 가동이 시작되면서 단기적으로 과잉 공급 우려가 커진 상태다. 이런 우려는 실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지난해 연간 기준 호실적을 거뒀지만 4분기 전기차 수요 둔화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배터리 3사 합산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1조1411억원에서 4분기 6314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업계는 과도한 위기론을 경계하면서도 올해 비(非)중국 시장 점유율마저 중국에 역전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대규모 투자 부담이 크고 배터리를 둘러싼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자국 산업 보호와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공급망 △글로벌 규제 △정책 △연구개발(R&D) 등 네 가지 측면에서 우리 배터리 업계가 ‘초격차’를 벌릴 중장기 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공급망과 관련, 김필수 교수는 원자재 수요처 다변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향후 수년 내 배터리 수요가 다시 증가하게 되면 원자재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광산 확보와 대체 수요처 발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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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면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보이지 않게 우리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수다. 최근 환경부가 전기차와 보조금 정책에서 에너지 밀도와 배터리 환경성 계수 방법을 도입,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간접적으로 밀어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기술 개발 속도를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향후 전고체 배터리가 개발·보급되겠지만 대규모 생산이나 경제성 확보는 어려울 수 있다”며 “중국의 LFP 배터리는 리사이클링(재활용)면에서 단점이 큰 만큼 우리 기업들은 삼원계 배터리를 기본으로 음극재에 실리콘을 가미하거나 원자재 성분 함량을 조절하는 등 새로운 기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올 1월 중국 업체인 CATL과 비야디(BYD)가 기업과 정부·학계를 하나로 묶는 ‘전고체 배터리 컨소시엄(CASIP)’을 결성한 사례를 들며 우리 정부가 기업의 배터리 R&D 지원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과 비교했을 때 정부의 배터리 R&D 지원은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인력 확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시장이 이제 막 커지고 있다 보니 특히 중소·중견기업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특성화 대학 지원 프로그램 등을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