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만능약 아냐…오남용땐 내성 위험 커"

■김봉영 한양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 인터뷰
동네 의원서 항생제 처방 늘고 있어…환자가 직접 요구하는 경우도
'항생제 오남용, 해롭습니다' 대국민 홍보 필요…적절한 전문의 진료 '필수'
  • 등록 2024-11-27 오전 5:20:00

    수정 2024-11-27 오전 5:20:00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항생제가 만능이라는 통념을 버려야 합니다. 전문의의 판단에 따른 적절한 항생제 처방은 이득이 되지만 남용하게 되면 몸 안의 마이크로바이옴 균형을 무너트리고 내성이 나타날 우려도 커집니다.”

김봉영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항생제 오남용이 환자 본인과 세상을 무너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항생제내성균과 항생제스튜어드십(항생제관리) 전문가다. 그는 최근 대한감염학회에서 전국의료기관 항생제 사용량 분석 연보를 토대로 국내 병원의 항생제 처방 패턴을 분석해 우수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김봉영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사진=안치영 기자)
그런 그가 바라보는 국내 의료 시스템은 아직 항생제가 필요 이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동네 의원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조사 기간이 2018년에서 2022년까지로 코로나19 팬더믹 시기가 포함돼 있다”면서 “다른 국가가 진료량이 줄면서 항생제 사용량이 늘어난 것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진료량이 줄면서 항생제 사용량이 같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연구 기간 동안 전체 항생제 사용량은 줄었지만 병원 규모별로는 양상이 달랐다. 항생제 사용량이 종합병원과 병원에서는 감소하고 동네 의원에서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동네 의원에서 콜리스틴 계열 항생제 사용이 급격히 늘었다. 콜리스틴은 다제내성균 치료 시 최후에 처방하는 항생제다. 다제내성균은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이 균에 감염되면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가 거의 없는 세균이다. 콜리스틴이 무력화되면 인류는 이러한 다제내성균을 상대할 무기가 사실상 없다.

김 교수는 동네 의원의 항생제 사용 증가가 비단 의료진 탓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 교수는 “감기 환자들이 동네 의원 가서 진료 볼 때 항생제를 안 먹고 3일 정도 지나서 좀 시원찮다 싶으면 다른 의원을 가서 항생제를 달라고 한다”면서 “처음 환자를 본 의료진이 적절한 진료 및 처방을 했음에도 불구 환자는 자신의 증세가 호전되지 않은 것을 탓한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처음부터 직접 항생제를 처방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환자들은 아직도 약, 특히 항생제를 많이 처방해주는 동네 의원을 최고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환자들의 입소문 속에 항생제는 환자들에게 ‘만능약’으로 탈바꿈한다. 이러한 경우들이 모여 항생제 오남용이 더욱 심각해진다.

항생제 오남용은 세균이 항생제 내성을 획득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환자 또한 항생제 오남용은 장내 세균 등 몸 속의 세균들의 균형을 무너트려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항생제는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고 메스꺼움과 구토 등의 소화기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결국 항생제에 대한 대국민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실제로 예전에 일부 병의원에서 스테로이드를 적극적으로 처방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스테로이드 오남용하면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진 이후 환자가 스테로이드를 처방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줄었다. 항생제 또한 남용하면 해가 된다는 인식이 퍼져야 무분별한 항생제 처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대국민 인식 변화는 의료진만의 몫이 아니다. 정부와 환자의 참여,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다 같이 이뤄져야 한다. 김 교수는 “의료진에게 항생제 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금전적인 정책이 일부 도움될 수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대국민 홍보”라면서 “TV 등 대중매체에 담배 광고처럼 ‘항생제를 오남용하면 안 된다’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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