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20% 간다"…삼성 파운드리 3나노 수율 상향 '총력전'

삼성 파운드리 3나노 1세대 수율 여전히 60% 안팎
"70%는 돼야 돈 번다"…4나노 이어 수율 상향 총력
3나노 2세대 상반기 양산 계획…"TSMC 추격 발판"
메모리 의존도 큰 삼성 반도체, 파운드리 반등 절실
GAA 기술 앞선 삼성, 파운드리 1위 TSMC 위협할까
  • 등록 2024-01-18 오전 5:55:00

    수정 2024-01-18 오전 5:55:00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율 확보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사이클 변동성이 큰 메모리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가운데 대만 TSMC와 의미 있는 파운드리 경쟁을 벌여야 전체 실적 안정성이 높아져서다. 차세대 공정인 3나노 2세대부터는 현재 3나노 1세대 때 경험이 있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기술을 발판 삼아 수율 경쟁에서 앞서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복안이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4나노 수율 안정 궤도, 이제는 3나노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최첨단 3나노 1세대 공정의 수율은 아직 60% 안팎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량품을 줄이면서 본격 수익을 내기 위한 수율은 최소 70%는 돼야 하는데,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기반 반도체를 양산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TSMC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22년 12월부터 3나노 양산을 개시한 TSMC의 수율 역시 60%를 밑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업계 한 인사는 “삼성전자와 TSMC 모두 3나노 공정에서 수율 개선에 예상보다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안다”며 “일단 60% 수율을 안정적으로 넘는 게 과제”라고 전했다. 이를테면 파운드리 시장의 ‘큰 손’ 고객인 애플에게 제값을 받으려면 수율 70%는 넘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60% 정도 수율에서는 고객사 확보가 쉽지 않다”고 했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들의 주력 매출은 공정이 안정화한 4~5세대에서 발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4나노 수율은 TSMC와 비슷한 수준으로 70%를 넘겼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올해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4’에 2년 만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2400’을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이웃 부서인 파운드리사업부의 4나노 수율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지난해 3분기 기준 TSMC(59%·카운터포인트 집계)가 2위 삼성전자(13%)를 제치고 1위에 올라 있는데, 이는 4~5나노 공정에서 우위를 보이며 퀄컴, 엔비디아, AMD 등 핵심 고객들을 잡았던 덕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3나노 공정을 TSMC 추격의 변곡점으로 잡았다. 올해 주력인 4~5나노 공정에서 고객사의 신뢰를 얻는 작업과 함께 최첨단 공정을 통해 인공지능(AI)용 고성능 저전력 칩이 필요한 고객사 확보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3나노 1세대 공정의 수율 70%와 함께 올해 상반기 내 3나노 2세대 60%를 달성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상반기 중 양산 목표에 맞춘 로드맵이다.

“GAA 앞선 삼성, TSMC 추격 발판”

믿는 구석은 첨단 GAA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3나노 1세대 공정부터 채택한 GAA는 트랜지스터 채널의 3개면을 감싸는 핀펫(FinFET) 구조와 달리 닿는 면을 4개면으로 늘렸다. 면이 넓을수록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TSMC는 3나노는 기존 공정인 핀펫을 유지했다. 삼성전자와 TSMC는 내년 2나노 양산을 목표로 잡고 있는데, TSMC는 이때부터 GAA를 적용하기로 했다. ‘축적’이 중요한 반도체산업 특성상 2나노부터는 GAA 기술의 완성도에 따라 삼성전자가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역시 ‘거대한 벽’ GAA의 완성도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차츰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현재 삼성 파운드리 기술은 3~4나노 선단 공정에서 TSMC에 1~2년 뒤처져 있다”며 “그러나 내년 2나노를 통해 격차를 점차 축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나노부터 GAA 적용으로 기술 변곡점이 발생한다”며 “3나노 때 이미 적용한 삼성전자가 안정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했다. 이르면 오는 2026년께 20% 점유율에 근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사업부는 이를 통해 모바일에 절반 이상 의존하는 매출처 역시 다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각각 10%대에 머무는 고성능컴퓨팅(HPC), 자동차 분야에서 매출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것은 D램 등 메모리와 함께 또 다른 반도체 축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 업황이 고꾸라지자 회사 전체 실적이 가라앉는 상황에 직면했다.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 등 DS부문 경영진이 이날 비상회의를 통해 올해 임원 연봉을 동결하는 초강수를 둘 정도였다.

다만 변수도 산적해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은 한 번 고객사가 되면 적어도 2년은 이어진다”며 “TSMC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만큼 단기간에 점유율이 급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 삼성전자가 최첨단 기술력 확보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가격 정책을 써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왕년의 제국’ 인텔이 무모해 보일 정도의 계획을 발표한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인텔은 올해 상반기 2나노급 제품인 ‘20A’(옹스트롬)를 양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인텔의 발표대로라면 삼성전자, TSMC보다 1년 빠른 속도다. 인텔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조사업체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1% 남짓으로 10위권 밖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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