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12월 결산법인의 올해 주총에서 최대 관심사는 이른바 "회계대란"이었다. 부실회계감사에 대한 처벌과 책임문제가 강하게 제기되면서 회계법인들이 감사를 대폭 강화했고 이에 따라 그 결과도 매우 엄격해졌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000회계년도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거절" 이나 "부적정"의견을 받은 상장기업은 대우전자 쌍용양회 등 모두 25개사다.
한정의견을 받은 곳은 현대건설 등 26개사다. "적정" 이외의 의견을 받은 곳이 51개사나 된다.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 514개사의 약 10%에 해당한다.
여기에 뉴맥스와 태일정밀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회계상 문제가 있는 기업이 53개사라는 얘기다.
코스닥등록기업의 경우 한정의견 11곳, 의견거절 4곳 등 모두 15개 기업이 "적정"의견을 받지 못했다. 또 신광기업과 휴먼이노텍이 감사의견을 받지 못한채 주주총회를 열었다.
종전까지 "적정" 이외의 의견을 받는 곳이 2~3%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우려됐던 회계대란이 현실화됐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관리종목에 편입되는 종목이 무더기로 늘어났고 해당 기업들은 주가가 폭락해 일반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회계상 의견 뿐 아니라 엄격해진 회계감사로 인해 그동안 쌓여있던 부실요인이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적자로 돌아서거나 적자규모가 커지는 등 "실적"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
이같은 문제점은 그동안 회계제도 측면에서의 투명성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행적인 부분들이 개선되지 않음으로써 한국은 여전히 기업회계에 있어 믿을 수 없는 나라로 지목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긍정적"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관행상의 문제가 있었던 것을 해소함으로써 회계투명성이 확보되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 공인회계사는 "과거에는 한정의견을 받는 기업도 거의 없었지만 올해에는 의견거절, 부적정 등의 의견이 대폭 늘어났다"며 "이같은 현상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돼 회계투명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펀드매니저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문제가 있는 기업이 이를 숨길 경우 파악하기가 어려웠으나 회계감사가 강화되면서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게돼 전반적인 신뢰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회계감사가 사후적으로 이뤄져 투자자들이 결과적으로 큰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분기별 감사제도를 도입하는 등 지속적으로 회사의 내용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정조 향영21세기리스크컨설팅 사장은 "분기 회계감사를 도입할 경우 감사인의 감사부담이 오히려 줄고 기업 입장에서도 문제점을 수시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