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위 ESG 공시, 찔끔 연기론 안 된다

ESG 공시 17일 윤곽, 내달 확정한다는데
취재 과정서 많이 들은 “모르겠다” 탄식
준비될지, 가이드라인 뭔지 불확실성 커
금융위-기재부 핑퐁, 모호한 정책 책임
골치 아픈 정책일수록 시장과 소통해야
  • 등록 2023-10-06 오전 6:00:00

    수정 2023-10-06 오전 6:00:00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현장 상황을 보면서 진행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제도 로드맵 관련 이데일리 기사를 읽은 한 독자가 전한 하소연이다. 정부가 ESG 의무공시 도입을 1년 늦추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급한 불은 껐는데 여전히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리스크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ESG 공시에 대해 취재하며 현장에서 “모르겠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기업들은 “제대로 준비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9곳이 ‘준비 부족’ 상태다. ‘스코프3’ 배출량 공시 의무는 온실가스 간접 배출량까지 파악해야 해, 대기업조차도 제대로 공시하는 게 쉽지 않다.

가이드라인도 모호하다. 대한상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 기업 60%가 구체적인 세부 가이드라인이 미비하다고 답했다. 뭘 어떻게 공시해야 할지 애매한 것 투성인데, 공시 위반 시 페널티는 명확하다. 그렇다고 글로벌 스탠다드가 완벽하게 확립된 것도 아니다. 이러다 보니 “글로벌 가이드라인 자체가 불명확한데 일단 규제부터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런 와중에 정책 추진 주체조차 명확하지 않다. 오죽하면 업계에서 “금융위와 기획재정부 중 어느 쪽이 주무부처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다. 정부는 17일 금융위 주관 ESG금융추진단 3차회의에서 전반적 방향을 발표한 뒤, 다음 달에 기재부 주관 ‘민관 합동 ESG 정책협의회’에서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위에 ESG 공시에 대해 물으면 “확정된 게 아니다”라고 답한다. 기재부에 질문을 던지면 “금융위 입장이 중요하다”며 물러선다. 이 같은 ‘핑퐁’ 과정에서 정책에 대한 책임도 서로 떠넘길 수 있다.

‘울면 떡 하나 더 주는’ 식으로 ESG 공시 의무화를 연기하고 책임을 다했다고 해선 안 된다. 무조건 기업을 봐주라는 뜻이 아니다. 땜질식 정책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ESG 공시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추경호 부총리든 김주현 위원장이든 이복현 원장이든 누군가는 총대를 메야 한다. 그리고 골치 아픈 정책일수록 기업과 소통해야 한다. 시장 이기는 경제정책은 없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 왼쪽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거시금융·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이들 4인방은 매주 주말 모이는 이른바 ‘F4 회의’에서 경제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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