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사퇴론에 침묵하는 정몽규 축협 회장

  • 등록 2024-07-17 오전 6:00:00

    수정 2024-07-17 오전 6:00:00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나보다 더 경험 많고 뛰어난 감독을 선임하면 내 이름이 거론될 일은 없을 것이다. 울산 팬들은 걱정 안해도 된다”.

6월 30일 홍명보 감독의 인터뷰 발언이다. “이제 나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만 생각한다”. 그로부터 정확히 10일 후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수락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딱 열흘이었다. 홍 감독이 자신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데 걸린 시간이었다. 울산HD를 응원하던 축구팬의 마음도 이때 무너졌다.

대한축구협회(협회)는 지난 13일 “이사회 승인을 통해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공식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선임과정은 일사천리였다. 협회는 지난 7일 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 내정 사실을 공개했고, 지난 10~12일 남자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건으로 연 2024년 4차 이사회에서 서면 결의를 실시해 승인했다.

언뜻 큰 문제는 없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홍명보 감독 선임에 대한 여론은 악화일로다. 홍명보 감독의 번복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 비판은 협회의 비정상적인 감독 선임과정까지 이어졌다. 그러더니 홍명보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불신이 나왔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상대 분석 미흡, 선수 기용 문제를 거론하며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부 폭로도 나왔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박주호 해설위원은 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 투명하지도, 또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협회는 보란듯이 박주호 해설위원에 대해 법적대응을 예고하며 불씨를 키웠다.

협회 대응에 축구계 내부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이동국은 “누구보다 노력한 사람(박주호)한테 이런 단어(법적 대응)는 아니다”며 강하게 쓴소리했다. 이영표, 박지성, 조원희 등 다른 축구 인사들도 하나같이 박주호를 두둔하며 협회를 향해 날을 세웠다.

결국 이임생 협회 기술총괄이사와 홍명보 감독이 언론 앞에 섰지만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무리였다. 그러자 정부가 나섰다. 감독 선임 사태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 또한 그동안 자율성을 존중했다면서도 “부적절한 부분이 있는지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협회는 정부 유관 기관으로 포함돼 문체부의 일반 감사가 가능하다. 특히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엄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주문했다. 정치권에선 ‘국정감사에 홍명보 감독 등 관계자를 출석시키겠다’고 말한다. 일각에선 ‘협회에 투입되는 3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상황에도 협회는 수습조차 못하고 있다. 최종 결정권자인 정몽규 회장은 묵묵부답이다. 수장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사이 축구계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축구팬 조차 더이상 협회를 신뢰하지도 않는다. 오죽하면 한국 축구의 전설인 박지성 전북 현대 디렉트조차 “결국 회장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며 수장으로서의 책임감을 요구했을 정도다.

축구팬은 더이상 침묵하는 다수가 아니다. 이들은 주먹구구식 감독 선임과 체계적이지 못한 대표팀 운영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다. 한 나라의 대표팀을 믿고 맡길 감독이라면 선임 과정부터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왜 그(홍명보)를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는지’를 축구팬이 알만큼 공정하고 객관적인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 정몽규 회장이 직접 나서 설명해야 하는 이유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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