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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고속도로를 지나 도착한 곳은 국립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이다. 희리산(希夷山)은 충남 서천군과 종천면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329m이다. 최고봉은 문수봉이며, 산 전체의 95% 이상이 해송으로 뒤덮여 있어 삼림욕의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해송은 소나무와 외형이 비슷하지만 생태적 습성은 대조적이다. 소나무가 내륙 입지에 산다면, 해송은 바다 영향이 미치는 곳에서 산다.
해송은 밑둥치 하나가 하늘로 치솟는 수형(樹型)이다. 해변 뒤편 모래언덕(砂丘)에서 해풍이 부딪치는 곳에서만 육지 방향으로 누워 자란다. 이에 반해 소나무는 자유롭게 비틀리며 굽는 특성이 있고, 줄기 둥치 아래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갈라지면서 자라기도 한다. 해송은 곰처럼 크고, 우직한 수형으로 곰솔 또는 거무칙칙한 색을 갖고 있어 흑송으로 불린다.
희리산은 조선 시대 때 훈일산이라고 불렸으며, 훈일산에는 옛 부족국가 시대의 고대산성이 아직도 남아있다. 또 희리산 주변 마을 근처 지석리에는 선사시대 고인돌이 분포해 있어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음을 짐작할 수 있으며, 훈일산은 일제강점기 때 전국의 지명을 정리하면서 희리산이라고 바뀌었다.
옛부터 바다에서 일했던 뱃사람들은 육지로 돌아올 때면 멀리 흐릿흐릿 산이 보였고, 이 산을 희리산으로 불렀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희리산은 서천팔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서천 주민들이 아끼고 자랑하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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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 희리산은 국립자연휴양림이 1999년 6월 개장한 후 전국 유일의 해송휴양림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은 143㏊ 규모로 이 중 22㏊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숙박시설은 16동 33실로 236명을 수용할 수 있다. 또 모두 22면의 캠핑카야영장을 비롯해 40면의 야영데크가 있어 최근 캠핑을 선호하는 방문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연간 15만~16만명이 이곳을 찾고 있으며, 앞으로 방문객 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휴양림 입구인 관리사무소 겸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갈림길이 나왔다. 두가지 갈림길 중 오른쪽 길을 따라 올가가면 희리산 정상으로 직접 오르는 등산로 입구에 닿게 되고, 다시 갈림길에서 직진해 해송휴양관으로 길을 잡아 그 옆을 흐르는 도랑 옆길을 따라 걸으면 정상과 마주보는 산줄기를 타면서 산행을 즐기는 코스로 이어지고 있었다.
휴양림 주차장에서 출발해 도랑을 끼고 시작되는 산행은 한가로운 아침의 풍경을 느낄 수 있었다. 완만한 산책로를 조금 걷고 나니 어느새 숲 속에 도착했다. 휴양림 치고는 다소 좁은 감이 있는 등산로는 겨우 한사람 지나갈 정도로 필요 이상으로 길을 내지 않고 꼭 필요한 만큼만 내어진 길을 걸으며 살피자니 길바닥에 풀 한포기가 없었다. 많은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증거이면서 자연을 아끼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성글게 뻗어 나간 해송 가지는 그 아래 수풀이 무성하게 자랄 만큼 햇볕을 내리기에 더욱 싱그럽고, 그 숲을 구불구불 헤집으며 오르는 산길도 자연을 닮아 정겨운 풍경을 자아내는데, 어느새 산등성이가 눈앞이었다. 정상가에서는 1㎞. 189m 봉, 202m 봉, 209m 봉 등을 차례로 넘고 넘는 코스로 이어진다. 이 3개의 봉우리를 넘는 길은 대체적으로 안부가 깊지 않아 봉우리에서 봉우리 사이를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189m 봉은 전망이 좋아서 비인면, 종천면 일대와 서해 바다를 함께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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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에서 4년째 근무 중인 양인식 숲해설가는 “희리산은 서천의 명산으로 옛부터 자생한 해송이 95%를 점유하고 있으며, 벚나무와 단풍나무 등이 어우러져 있다”고 설명했다. 휴양림에 산림복합체험센터가 들어선 후 유아·아동들을 위한 교육기능도 강화됐다. 양 숲해설가는 “센터가 들어서면서부터 방문객 자녀를 비롯해 인근 유치원 원생부터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 와서 목공 체험을 하고 대부분 만족해한다”고 전했다.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과 인근 지역주민들의 상생 프로그램도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양 숲해설가는 “올해 처음으로 인근 주민들이 휴양림 입구에서 종천면 부뚜막 축제를 개최했다”며 “축제를 비롯해 지역 내 임산물 판매 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산촌경제 활성화에도 휴양림이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가는 숲길에서는 시원한 바람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해송이 주는 상쾌함과 시원한 바람소리가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조용히 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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