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 출신 문전박대.. MBC 예능국에 무슨 일이

  • 등록 2011-04-21 오전 7:33:58

    수정 2011-04-21 오전 7:33:58

[경향닷컴 제공] MBC 음악 프로그램이 케이블TV를 통해 스타가 된 <슈퍼스타K> 출신들을 출연시키지 않고 있어 비난이 일고 있다.

케이블 방송사 Mnet이 주최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슈퍼스타K>는 2년간 두 차례에 걸쳐 가수를 배출했지만, 이들 중 MBC 음악 프로그램 무대를 경험한 가수는 한 명도 없었다. 이와 달리 KBS의 경우 서인국, 조문근, 김보경 등을 필두로 수차례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 무대에 섰고, SBS 역시 서인국, 김보경 등이 각각 <인기가요> 등에 출연해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 김보경의 경우 <슈퍼스타K>의 본선인 ‘톱 11’ 무대를 밟지 못한 채 가수로 데뷔했지만 MBC 음악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MBC 예능국은 왜 <슈퍼스타K> 출신 가수를 배제하고 있을까. 그 이유에 대해 음악제작자들은 모두 익명을 요구하면서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슈퍼스타K> 출신의 가수가 소속된 모 기획사 관계자는 “MBC 예능국을 찾은 후 ‘지금은 곤란하다’ ‘출연이 안되는 걸 알면서 왜 이렇게 오느냐’는 답변을 들었다”며 “‘<슈퍼스타K> 출신은 출연시키지 말라’는 내부 방침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아예 CD도 받지 않더라”며 “기회조차 얻지 못하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MBC 예능국과 달리 라디오본부와 보도국에서는 틈틈이 <슈퍼스타K> 출신이 등장한다. MBC 표준FM <별이 빛나는 밤에>는 지난해 11월 <슈퍼스타K2> 본선에 올랐던 허각, 존박, 장재인, 김지수, 강승윤, 김은비, 김그림, 김소정, 이보람, 박보람, 앤드루 넬슨 등 톱 11을 섭외해 방송했다. 보도국의 경우엔 지난 2월 허각, 장재인 등의 자료 영상을 내보내며 ‘복고 열풍’을 진단했다.

한 매니저는 “라디오본부의 경우 <슈퍼스타K> 출신의 음원을 자주 방송하고 있다”면서 “결국 MBC의 전체적인 의견이 아니고, 예능국만의 입장이란 점에서 더욱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MBC가 <슈퍼스타K> 출신을 냉대하고 있는 것은 여러 배경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나치게 잘나가는 케이블 방송사에 대한 견제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슈퍼스타K>는 케이블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상파를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최고 시청률 16%를 오르내리면서 당시 지상파 방송사의 시청률 하락을 불러왔다. <슈퍼스타K>를 벤치마킹해 <위대한 탄생>을 방송 중인 MBC 예능국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또 다른 <슈퍼스타K> 출신 가수의 매니지먼트 담당자도 “방송사가 일종의 기업 논리를 내세우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이는 삼성 직원들에게 LG 휴대폰 대신 삼성 휴대폰을 권장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MBC의 논리대로라면 <위대한 탄생>의 수상자들 역시 타사 프로그램에 나올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결국 오디션 출신 가수는 실력과 상관없이 반쪽짜리 가수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Mnet <슈퍼스타K>의 한 PD는 일련의 사태에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오디션’은 누구에게도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뜻깊은 등용문으로, 수상자들 역시 공정한 룰을 통과했기에 국민적 갈채를 받을 수 있었다”면서 “그저 ‘출신성분’ 때문에 출연을 가로막는다면 그것은 분명 시청자들의 볼거리를 박탈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MBC 예능국 고위관계자는 <슈퍼스타K> 출신 가수들이 MBC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것에 대한 경향신문의 질문에 “그 어떤 내부 방침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출연 여부는 일선 제작진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제작진의 판단에 따라 출연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라며 “<슈퍼스타K> 도전자뿐 아니라 MBC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는 다른 이들도 많고, 또 MBC <대학가요제>에 입상한 이들도 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한 예가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MBC와 달리 한때 <슈퍼스타K> 출신 가수들에게 문을 열었던 SBS도 최근 들어 문고리를 다시 잠그는 형국으로, 본격적인 ‘오디션 시대’를 앞두고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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