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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산업부 차장] 1960년대 서부영화 ‘황야의 7인’ 영문명인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7)은 요즘 금융시장을 상징하는 대명사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 등 시가총액 최상위 업체들이다. 가장 뜨거웠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해에만 250% 넘게 폭등했다. 최대 시장인 미국을 넘어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곳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이 치켜세우는 최고 회사 중 하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0월과 11월 당시 물류 대란을 해소하고자 주요 기업인들을 잇달아 백악관으로 불렀는데, 이때 두 번 연속 나간 이는 최경식 삼성전자 북미총괄(사장)이 유일했다. 특히 외국 기업에 속한 인사는 그밖에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3월 반도체 공급망 회의 때는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을 불렀다. 미국이 국가 중대사를 함께 논한 유일한 외국 회사가 한국에 기반한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다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 또한 분명히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앞에는 아직 굴지의 도전 상대들이 엄연히 있다는 점이다. 세계를 주도하는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말할 것도 없고, 대만 TSMC 같은 곳의 명성 역시 삼성전자 못지 않다. 왕년의 반도체 제국 인텔이 어떤 부활 시나리오를 써나갈 지도 예단할 수 없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변화’를 유독 강조했는데, 이는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위치이지만 눈을 세계로 돌리면 한 치 앞이 안 보인다는 위기감이 기저에 있었을 것이다.
이런 동맹을 일상적이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두 그룹은 오히려 70년 이상 한국 재계의 수위를 놓고 다퉜던 라이벌이었고, 삼성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1995년에는 갈등에 극에 달한 앙숙이었다. 2020년대 들어 활발해진 ‘3세 동맹’은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실리주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3세 시대 들어 비로소 경쟁의 범위가 한국에서 세계로 확 넓어졌다는 해석 역시 가능하다. 두 그룹뿐만 아니다. 한국 기업들이 매그니피센트 세븐을 넘어서려면 국내외 막론하고 그 누구와도 마주 앉을 수 있어야 한다. 과거와 명분보다 극한의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세계 시장에서 애플과 테슬라를 멀찍이 따돌리는 꿈도 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