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전기차 업황 둔화로 배터리 소재인 동박 업체들도 휘청이고 있다. 전기차 시장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으로 고객사들이 재고조정에 나서면서 동박 판매 물량이 감소한 데다 전기료 상승과 해외 신규 공장 고정비 부담이 늘면서 부진의 늪에 빠진 모양새다. 업체들은 인력 효율화를 위한 희망퇴직에 나서는 한편 전기료가 저렴한 해외 생산 확대로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넥실리스는 이달부터 근속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SK넥실리스가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것은 2020년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처음이다. 다만, 기술·생산 분야 핵심 인력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고용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 전경.(사진=SK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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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넥실리스는 향후 국내 정읍 공장은 차세대 프리미엄 제품 설계와 연구개발(R&D)을 담당하고 제품 양산은 말레이시아와 폴란드 공장을 중심으로 하는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싸서 수익성 높은 동박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거점으로 꼽힌다.
SKC(011790)는 지난 3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지금 가장 큰 과제는 원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정읍공장의 물량을 최대한 빨리 말레이시아로 이관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부분”이라며 “4분기 정도 되면 말레이시아 1공장의 풀캐파(생산능력 최대치) 가동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전기차 캐즘으로 동박 업체들은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SK넥실리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916억원, 영업손실은 399억원으로 말레이시아 신규 공장 고정비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전 분기 대비 영업손실이 소폭 확대됐다.
솔루스첨단소재(336370) 역시 매출 1213억원, 영업손실 140억원으로 1분기 적자를 이어갔다. 오는 9일 실적을 발표하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9억으로 흑자를 유지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전년 동기(61억원) 대비 이익폭이 축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동박은 관련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맞물려 기업들의 미래 신사업으로 주목받았으나 전기차 캐즘과 원재료인 구리 가격 변동으로 인한 역래깅(원재료 투입 시차에 따른 이익 감소) 탓에 지난해부터 업황이 급격히 악화한 상태다. 이에 업체들은 중장기 공급계약 확대를 통해 미래 경영 환경 불확실성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SKC의 현재 동박 수주 잔량은 3조원으로 올해 상반기 2조원, 하반기 2조원대의 추가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솔루스첨단소재의 경우 1분기 헝가리 공장 생산 안정화로 주요 고객사 공급 물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에는 헝가리 공장 전지박 월 출하량이 처음으로 1000톤(t)을 넘어서기도 했다. 회사 측은 유럽과 북미 공급 물량을 지속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