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혹한기…'6개월 무이자 할부' 다시 실종

카드업계, 6개월 무이자 할부 새해 들어 다시 축소
비상계엄·여객기 참사 등 연말·연초 소비심리 경색
올해 경기상황도 불투명…“선제적 비용 절감 필요”
  • 등록 2025-01-05 오전 9:46:24

    수정 2025-01-05 오후 6:55:22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지난해 10월 카드업계가 2년 만에 부활시켰던 6개월 무이자 할부가 새해가 들어서자마자 사라졌다. 비상계엄 사태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연말·연초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경제 상황도 불투명해지면서 선제적인 비용 절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BC카드는 지난 1일부터 오는 3월 31일까지 백화점, 온라인쇼핑, 병의원, 여행업종, 손해보험 등에서의 결제 금액 무이자 할부를 2~4개월로 운영한다. 지난달까지는 2~6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했지만 최대한도가 2개월가량 줄었다.

우리카드도 백화점, 온라인쇼핑, 면세점, 여행·항공 업종에 적용했던 기존 6개월 무이자 할부를 최대 4개월까지로 축소했다. KB국민카드 백화점 업종에서의 무이자 할부를 최대 3개월까지로 줄였다. 지난해 12월까지는 최대 5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했는데, 2개월이 축소된 셈이다.

앞서 카드사들은 지난해 10월에 6개월 무이자 할부를 부활시켰다. 자취를 감춘 지 약 2년 만이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면서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카드사와 같은 여신전문금융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어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를 발행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기준금리 인하로 여전채 금리가 하락해 자금 조달 부담이 줄어 사업 확대나 고객 유치를 위한 혜택 추가 등을 진행할 여력이 생긴 셈이다.

특히 지난해 연말 소비심리 위축되는 상황에서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판매 실적을 끌어올리려는 조치이기도 했다. 그러나 6개월 무이자 할부는 두 달간 반짝하고 나타났다가 새해 들어 사라지게 됐다. 계속된 악재로 소비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 연초에 비용 절감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악화한 상황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까지 더해지며 소비심리가 더욱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참사는 연말·연초 소비 성수기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내수 위축을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소비심리는 계엄사태 여파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악화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달보다 12.3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8 팬데믹 충격이 덮친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폭 하락이다.

여기에 지난달 발표된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개편안도 6개월 무이자 할부가 사라지게 된 계기가 됐다. 카드업계는 경기 악화 속에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며 고객 혜택 축소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카드사의 부담이 커지면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캐시백이나 할인 혜택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말·연초까지 겹 악재가 겹친 경제 상황에서 무리한 마케팅보다는 비용절감으로 대응하면서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환율 등 거시적 변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캐시백이나 할인 혜택 등이 추가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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