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공매도 재개 어려울 듯…초과 유동성 해소, 한국은행 역할 중요"

[특별 연속기획 코로나19와 그 이후]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강의
  • 등록 2020-07-27 오전 3:00:00

    수정 2020-07-27 오전 9:58:53

[이데일리 고규대 문화산업전문기자] “글로벌 초과 유동성을 시장에서 회수하는 과정에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역할에 따라 정부, 기업, 가계 등도 각각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한국공공정책개발원 주최로 열린 특별연속기획 ‘코로나19와 그 이후’에서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금융의 핀테크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서강대 교수)은 24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린 특별 연속기획 ‘코로나19와 그 이후’(이데일리·한국공공정책개발원 공동 주최) 강연에서 ‘금융 산업의 디지털 전환-금융의 핀테크화’를 주제의 강의에서 글로벌 유동성의 회수 과정에서 경제 주체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원장은 “중앙은행이 각국의 금융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글로벌 공감대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면서 “그동안 보수적 대응을 보였던 한국은행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중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미국은 무제한 유동성 공급으로 매출 감소 등 리스크를 맞은 기업의 주식이 유지되고 있다”면서 “결국 기업이 감당해야할 리스크를 막아주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는데, 과도한 밸류에이션에 따른 리스크는 언젠간 반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글로벌 시장뿐 아니라 한국 주식 시장에서도 주가 수준과 실물 경제의 괴리가 크다고 분석했다. 현재 주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긍정적인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해도 내년 기업의 펜더멘털 대비 빠르게 상승한 것 같다는 게 박 원장의 주장이다. 박 원장은 “개인투자자는 특히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진 기업 위주로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 있다”면서 “현재 주가는 일시적 공매도 금지와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9월 예정된 공매도 금지 해제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글로벌 유동성 해소 과정에서 일어날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향후 한국 금융 산업에 크게 중요한 만큼 9월 열리는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기념 세미나의 주제로 삼았다고 귀띔했다.

박 원장은 G20 국가의 코로나19 대응으로 재정 확대가 이어지면서 주요국가의 정부부채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G20의 재정 확대 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2008~2010) 3년간 재정 확대 규모에 근접했다는 IMF 자료가 그 근거다. IMF에 따르면 선진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는 2020년 4월 현재 이미 2019년 수준을 넘어섰다. 박 원장은 나아가 기업의 장기 가치에 대한 투자자의 시각에도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효율성 중심의 경영을 통한 기업이익과 주주환원 극대화라는 기조가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시기다”면서 “앞으로 효율성과 리스크 관리의 공존, 또 주주 외에 이해관계자와의 공존이 중요하다는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영석 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낳은 금융 시장의 뉴노멀을 저금리·저성장·저물가·고령화로 꼽았다. 주요 선진국의 성장률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이미 2.0% 내외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였다. 박 원장은 “코로나19가 통제된다 하더라고 팬데믹 이전의 실질 GDP로의 복원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면서 “국가별 경제 회복은 팬데믹 규모, 경제 폐쇄 기간, 정책 대응의 효율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2013년 이후 기업의 진출입이 모두 감소한 점, 2000년 이후 반도체·자동차·석유제품·조선·휴대폰·LCD 등 주력 수출 구성이나 비중 변화가 없는 점이 기업 및 산업의 역동성 저하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때문에 중국에서 신남방 국가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생산품 교역에서 데이터 교역으로 전환,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의 변환 등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금융의 핀테크에 혁신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면에서 비대면 거래로 변화, 기업·금융회사 중심에서 가계 중심으로 변화, 금융과 ICT 산업의 융합을 통해 혁신산업 및 혁신 서비스 등장, 금융업 기능의 세분화와 전문화, 데이터 교역 확대 및 정보 중요성 확대 등 금융산업의 전환이 이어질 조짐이다. 이에 따라 중개의 시대, 투자의 시대를 넘어서 기술의 시대에 접어든 금융산업은 핀테크 서비스, 디지털생태계 조성 등에 몰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2019년 말 기준 전 세계 핀테크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은 전년 대비 2.7배 증가한 67개 기업에 이른다”면서 “이 중 글로벌 금융 시장을 대상으로 한 기업이 23개인데, 한국의 경우 글로벌 핀테크 유니콘에 경쟁하는 기업으로 핀테크 플랫폼 토스(Toss)만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한국에서 핀테크 유니콘이 적은 이유는, 기존 금융 시장의 경쟁 구도가 상당히 고착된 독과점 구조여서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을 어렵게 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샌드박스(규제유예제도) 등으로 노력하지만 기업과 국민의 혁신성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어 이를 풀어낼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한국공공정책개발원 주최로 열린 특별연속기획 ‘코로나19와 그 이후’에서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금융의 핀테크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박 원장은…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강사(1988~1990)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객원교수(2006)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학장(2013~2015) △한국증권학회 회장(2016~2017) △한국금융학회 회장(2017~2018)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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