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장관 청문회는 아들 청문회?…역량 검증 '뒷전'[기자수첩]

과방위, 과학기술 안건 처리·후보자 역량 검증 소홀
유상임 후보자 "아픈 자식 잘 챙기지 못해 송구하다"
  • 등록 2024-08-13 오전 6:00:00

    수정 2024-08-13 오전 6:00:00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인사청문회를 도대체 왜 합니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서 역량 검증이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난번엔 방송통신위원장을 두고 여야가 다투더니 이제는 가족 문제만 물고 늘어져 안타깝습니다.”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사진=이데일리DB)
지난주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직후 한 과학기술계 인사는 이같이 말했다. 유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온통 장남의 병력과 마리화나 흡입 의혹, 장·차남의 위장전입 등으로 얼룩져 정작 다뤄야 할 후보자의 자질에 관해서는 한 마디 말도 못꺼낸 데 대한 아쉬움의 토로였다.

실제로 지난주 청문회에서 야당은 후보자의 장남이 병역을 회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미국 불법체류와 마리화나 흡입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후보자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앞서 여야가 밝히지 말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던 장남의 질병코드를 공개해 후보자 가족의 민감정보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였다. 차남에 관해서도 강남구 대치동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하는 등 가족에 대해 총공세를 펼치며 두 차례 정회를 거듭하기도 했다.

결국 유 후보자는 자녀들에 대해 “아픈 자식을 둔 부모로서 잘 챙기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다”며 “자식이 부모의 바람대로 되지는 않는 점도 이해해달라”는 사과를 해야 했다. 청문회가 진행된 약 11시간 동안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나 회복, 혁신 방안 등 과기계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한 시간도 채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청문회를 지켜본 사람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미·중 과학기술 패권경쟁 심화, 전 세계적인 우주·양자·인공지능 등 전략 기술 투자 강화 속 우리나라의 대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 그런데 중요 정책을 총괄하고 수립하는 데 앞장서야 할 과기부 장관에 대한 검증은 뒷전이고 여야가 정쟁만 거듭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이 방송 권력을 장악하는 데만 집중하면서 과학기술법안소위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가족의 병력과 마약 투약혐의 사실 여부를 떠나 장관 임명은 강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12일까지 청문회 결과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 요청(13일) 직후인 14일에는 유 후보자가 임명될 전망이다. 야당의 막무가내 사퇴 공세에 그저 날만 세우는 여당까지, 후보자 역량 검증이 뒷전으로 밀린 과방위가 그저 아쉬울 뿐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완벽 몸매' 화사의 유혹
  • 바이든, 아기를 '왕~'
  • 벤틀리의 귀환
  • 방부제 미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