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을 열어보면 1년에 한번도 입지 않는 옷들이 있다. 버리자니 아깝고, ‘언젠가는 입겠지’ 하다 보면 결국 수년이 지나서야 버리게 된다.
금융자산 중에서도 수년간 금융기관 밖으로 나오지 않는 돈이 있다. 계속 통장 안에서 숫자로만 있는 돈이다. 만기가 되면 어느 상품으로 바꿀까 하다 결국 얼마나 늘었는지 정도만 확인하고는 매번 같은 류의 상품으로 연장하곤 한다.
이유를 물어보면,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지만, 마땅한 것도 없고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다시 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금융자산 중 3번 이상 연장만 하고 있는 통장이 있다면, 투자방법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옷이야 유행 지나 버리면 그만이지만, 금융자산은 삶의 버팀목이 되고 노후를 지켜주는 힘이 되는 것인데 그저 열어만 보고 문 닫는 식의 관리는 곤란하다. 재테크도 유행에 민감할 것까지는 아니어도 새로운 투자기회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실행이 있어야 한다.
최근 3년여간 재테크에서 가장 큰 변화는 자산가치를 보전할 수 없을 만큼 낮아진 금리다. 이 때문에 적절한 리스크 내에서 합리적인 수익을 거두는 ‘포트폴리오 투자’와 새로운 구조의 상품들이 대안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런데 같거나 비슷한 상품으로만 계속 연장했다면 이런 변화에서 점점 멀어졌을 것이고, 가지고 있는 돈의 가치 또한 예전만 못할 것이다.
게다가 요즘의 금융상품들 역시 이전의 금융상품들과는 크게 달라졌다. 예전 상품들은 보통 기간과 금리 두 가지만 놓고 선택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금융상품들은 구조나 조건 등 아주 다양한 것을 투자자가 직접 결정하도록 요구하는 상품들이 많아졌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판단하기 어려운 상품들이다.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잔뜩 유행 지난 옷들로 가득한 옷장 주인이 될 뿐이다.
가지고 있는 통장에 최근 2~3년 안에 새로 나온 상품이 한 가지도 없다면 가장 먼저 만기가 돌아오는 자금은 새로운 투자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새로운 것이 반드시 좋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씩 새로운 기회를 탐색해 가다 보면 자신에게 유·불리한 상품을 판단하고 가능한 수익을 미리 알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되니 도전해 보자는 것이다.
[박미경 한국투자증권 PB본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