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다음달 방북 유력…남북관계 전환점 될까

모레(30일) 개성서 방북 준비 위한 사전접촉
남북 간 민간교류·8·15 행사 관련 메시지 전달 가능
전문가들 "김정은 위원장과 만남 쉽지 않을 것"
  • 등록 2015-06-28 오전 10:27:22

    수정 2015-07-03 오후 3:28:27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1994년 6월. J.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위기상황으로 돌입한 북한발 핵위기를 중재하기 위해 방북했다. 그는 김일성 주석을 면담하고 남북 분단 이후 첫 남북 정상회담을 중재했다. 비록 그 다음달 김 주석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정상회담은 무산됐지만 단절됐던 남북 관계의 가교로서 카터 전 대통령의 역할이 빛났던 순간이었다.

지난 26일 가뭄으로 마른 논바닥만큼이나 팍팍한 남북 관계에 한줄기 단비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북측의 초청으로 방북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3주기 때 이 여사가 보낸 조화에 대한 사의의 뜻과 함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한 초청이 반년만에 성사될 조짐이다.

방북 의사는 김대중 평화센터에서 먼저 밝혔지만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북측에서 호응하고 나섰다. 북한 정부가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 이어 북한 인권사무소 서울 개소 등으로 최근 우리 정부에 바짝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불과 얼마 전 6·15 선언 기념 남북 공동행사가 무산된데다,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남북간 교류가 단절돼있는 만큼 이번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때 보다 높다.

대북 관계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남북 관계뿐 아니라 외교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제3자인 소위 민간외교관이 이외의 돌파구를 마련해주기도 한다”며 “시의적절한 때에 이뤄지는 이 여사의 방북으로 남북 관계에 또 다른 국면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희호 여사의 이번 방북에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높다. 이 여사와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 여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라도 들고간다면 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이 있겠지만 가능성이 낮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양 교수는 “분위기가 잘 조성이 되면 남북 관계를 개선시키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지만, 실제 성공적인 방북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조금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통일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 보자면 밀린 숙제를 한다는 차원 아니겠냐”며 “북한측에서는 약속도 지키고 남북 관계 개선에도 노력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는 일종의 ‘꽃놀이 패’인 반면 우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남북 관계가 너무 안 좋다는 점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이 여사를 통해 우리 정부가 북측에 신뢰를 줄 만한 메시지를 준다면 이후 분위기 전환을 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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