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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전거의 자전거도로 주행이 허가되자 안전 운행 단속 의무가 있는 한 지자체의 자전거 담당자가 하소연을 했다. 전기자전거의 과속을 통제할 수단이 없어 일반 자전거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안전확인신고가 된 페달보조방식 전기자전거를 ‘자전거’에 포함하고, 면허없이 자전거도로를 통행할 수 있게 했다. 이전까지 전기자전거는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해 면허를 취득하고 자동차 오토바이와 함께 차로에서 주행해야 했다. 전기자전거업계와 이용자들은 친환경 이동수단인 전기자전거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구했고 받아들여진 것이다.
차로에서 약자였던 전기자전거에 자전거도로를 허용하자 이번에는 일반 자전거들의 안전문제가 논란이 됐다. 일반 자전거는 페달을 밟는 힘에 따라 속도가 나지만 전기자전거는 힘을 들이지 않고 속도를 내기 때문에 과속 위험이 있다. 두 자전거를 한 도로에서 타려면 무엇보다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안전기준을 지키는지 확인할 방법과 단속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전기자전거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처럼 번호판이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직접 단속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자전거도로에서 달리는 일반자전거와 전기자전거를 구분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안전기준을 충족한 51개 모델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단속 의무가 있는 지자체는 세부 단속규정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골머리만 앓고 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안전사고가 나면 지자체는 뭐했냐는 지적이 나올텐데 사실상 방법이 없어 손을 놓고 있다”며 “정부는 규제완화 생색만 내고 지자체가 뒷처리를 하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서울시는 이달 종로 자전거전용차로 개통을 시작으로 연내 한양도성에서 여의도, 강남을 모두 잇는 73km 구간의 자전거도로망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강이나 천변 위주로 구축한 자전거도로가 도심으로 본격 확대되면서 자전거 이용자들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전망이다. 하루 빨리 전기자전거의 과속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자전거족들의 편의를 위한 자전거차로와 전기자전거 규제완화가 오히려 안전사고만 불러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