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리포트]②"난 소중하니까"…참을 바엔 퇴사도 불사

90년대생 "불필요한 충성보다 내가 더 중요해"
첫 일자리 평균 근속기간 1년 5개월…계속 줄어
안정적이라는 공무원도…2030 35%는 `이직의향`
  • 등록 2019-08-02 오전 6:16:00

    수정 2019-08-02 오전 7:33:39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작년 모 은행에 취업한 김선식(가명·28)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지점에 앞으로 점심은 혼자 먹고 싶다고 선언했다. 김씨는 “은행 창구에서 하루 종일 말을 해야 하는데 그나마 쉴 수 있는 점심시간마저 불편한 상사와 밥을 먹느라 힘들었다”며 “처음엔 따끔한 눈초리를 받기도 했지만 점심을 온전히 쉴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90년대생에게 조직보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다. 특히 불합리한 조직에서 강요하는 불필요한 충성만큼 이들을 괴롭게 하는 건 없다. 이에 취업과 동시에 퇴직 계획을 세우거나 자기 적성과 맞지 않다고 여기면 곧바로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회사보다 내가 중요해”…퇴사도 마다않는 90년대생

서울 강남구의 한 무역회사에 재직 중인 황모(28)씨는 부서장이 참석하는 회식이나 주말 등산 모임에 거의 나가지 않는다. 황씨는 “내가 맡은 일만 제대로 하면 굳이 상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회식이나 모임에 참석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그런 부분까지 강요하려고 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사에 입사한 최모(27·여)는 “맡은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 시간에 맞춰 퇴근하다보니 입사 한 달만에 `당돌한 신입`으로 불리게 됐다”며 “처음엔 눈치를 보기도 했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을 끝냈다면 신경 쓸 필요 없을 것 같아 당당하게 퇴근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최씨는 “아직도 상사들은 좋게 보는 것 같지 않지만 퇴근은 온전히 내 권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90년대생에게 더 이상 평생직장이란 말은 사전에 없다. 불필요한 충성 등으로 조직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만두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16일 발표한 ‘2019년 5월 경제인활동인구조사 청년층(15~29세) 부가조사’에 따르면 첫 일자리가 임금근로자인 경우 평균 근속기간이 1년 5.3개월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5월보다 0.6개월 줄은 수치다.

20대 청년들이 입사하자마자 이직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이른바 `퇴준생`이나 심지어 출근하자마자 퇴직해 사라지는 `고스팅족`이 되는 첫 번째 이유는 역시나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보수다. 얼마 전 한 유통회사를 다니다 그만 둔 박모(28)씨는 “야근도 잦은데다 주말 없이 일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월급도 적었다”며 “거기다 회사 내 군기 문화도 강해 입사한지 1주일 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실제 통계청 통계에서도 일자리를 그만둔 청년 2명 중 1명(49.7%)은 보수와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에 불만족했다고 응답했다.

[이데일리 김다은 기자]


안정적이라는 공무원도…2030은 `이직 의향`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각광받는 공무원을 선택한 90년대생들의 상황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2017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나는 기회만 된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는 질문에 40대 공무원은 40%, 50대는 50%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지만 20대 공무원은 34%에 그쳤다. 작년부터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모(29)씨는 “사(私)기업보다 보람 있고 피로는 덜 할 것이라는 생각에 공무원을 준비했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현실은 달랐다”며 “민원인들에게 욕설을 듣는 등 업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도 있지만 후진적인 조직 문화가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실제 최근 정부가 2030공무원 공직문화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이에 따르면 `회사에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상사가 있다`는 질문에 81%가 `그렇다`고 대답했고 이중 후배직원 실수에 대해 `너 미쳤어` 등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분노조절 장애`가 43%로 가장 많았다. 또 공직문화에서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묻는 질문에 35%는 `과도한 의전`을 들었고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32%) △불필요한 야근(21%) △권위적 표현(7%) 등이 뒤를 이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90년생이 워라밸을 중시하고 퇴직도 마다하지 않는 경향을 가지는 것은 그 세대만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며 “과거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수동적인 이유 보다는 개인의 존엄성이나 인권 의식이 향상되면서 정의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이어 “이런 현상 속에서 조직의 대의와 개인의 대의가 충돌할 때 개인의 대의를 추구하는 경향도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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