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PFE)가 개발한 침습형 폐렴구균 13가 다당류-단백질 접합백신 ‘프리베나13’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시장 매출액이 59억50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7조210억원)로 전체 의약품 중 매출 12위를 기록한 블록버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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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 따르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침습형 폐렴구균의 혈청형은 약 90가지로 알려졌다. 폐렴구균은 전 연령층에서 중이염과 부비동염, 폐렴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이 균은 뇌수막염이나 균혈증 등 다양한 감염 질환의 발병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폐렴구균 감염에 대항할 다당류-단백질 접합백신은 100년 이상 쌓은 백신 연구의 결정체다. 디프테리아와 같은 대부분의 전염성 병원균 표면에는 다당류 분자로 구성된 피막이 있다. 해당 병원균이 피막 안에 에워 쌓여 캡슐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피막에 있는 다당류 사슬로 인해 체내에서 단백질 분해효소를 회피하며 숙주세포에 결합해 감염을 일으킨다.
과거 이런 특성을 이용해 다당류 백신이 개발돼 사용됐다. 하지만 이런 백신을 체내 주입할 시 면역원성이 약해 항체 생성반응도 미미했다. 어린이에게 효능이 없었고, 성인에서도 효능이 약했다. 1930년경 처음으로 다당류를 단백질과 접합시킨 백신을 주사하면 항체 생산성이 증가된다는 사실이 학계에서 확인됐다. 이른바 다당류-단백질 접합 백신이 탄생한 것이다. 이 접합백신은 유아에서도 뛰어난 방어력을 자랑했다.
2009년 12월 유럽의약품청(EMA)이 최초로 영유아 및 소아의 침습성 질환 예방을 적응증으로 프리베나13의 판매 승인을 허가했다. 2010년 2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생후 6주부터 만 17세까지의 영유아 및 소아, 청소년 등의 침습성 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프리베나13을 쓸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후 2013년까지 화이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프리베나13를 전 연령층에 쓸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2010년 생후 6주에서 5세까지 영유아 대상 침습성 질환이나 급성중이염 예방을 위해 프리베나13을 처음으로 승인했다. 이후 2013년까지 적응증을 추가해 전 연령층에서 이 약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완료했다.
현재 프리베나13은 전 세계적으로 접종 1위 폐렴구균 접합백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경쟁약물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한 폐렴구균 10가 접합백신 ‘신플로릭스’가 있다.
프리베나20는 기존 프리베나13이 쓰는 혈청형에 치사율이 높은 7가지 혈청형(8, 10A, 11A, 12F, 15B, 22F 및 33F)을 추가한 백신이다. 업계에서는 아직 프리베나20의 적응증이 전 연령층으로 확대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은 프리베나13과 공존하며 시장에서 세대교체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글로벌 폐렴구균 접합백신 시장은 2017년 기준 약 63억 달러(한화 7조6000억원)에 이르고 2025년까지 90억 달러(한화 약 1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시장의 경우 프리베나13이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2020년 기준 81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시장 진입을 위해 국내외 다양한 기업이 다가 폐렴구균 접합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머크(MSD)는 지난해 7월 침습형 폐렴구균 15가 접합백신 ‘백스누반스’를 FDA로부터 승인받았다. 또 일본 아스텔라스는 미국 어피니백스(Affinivax)와 함께 폐렴구균 24가 접합백신 ‘ASP3772’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공동으로 폐렴구균 21가 접합백신 ‘GBP410’을 개발하고 있다. 양 사는 올해 내로 GBP410의 글로벌 임상 2상을 마무리하고 내년에 임상 3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SK바사는 현재 폐렴구균 13가 접합백신 ‘스카이뉴모’를 개발 완료했으며, 프리베나13의 특허 장벽때문에 2026년 이후에나 시장에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