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2년 넘게 이어져온 코로나19 ‘펜데믹’은 우리의 삶에 셀 수 없는 변화를 불러왔다. 무엇보다 마음 편히 사람들을 만나고 거리를 돌아다니기도 어려우니, 당장 현실세계가 아닌 가상의 세계에서라도 자유를 누리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그간 점진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준비해왔던 유통업계가 돌연 속도를 올리며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이유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 등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세계라 해석하면 되겠다. 단순히 가상의 세계를 실제와 같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인 ‘가상현실(VR)’보다 진일보해 현실세계와 같이 사회·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신세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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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봉한 숀 레비 감독의 ‘프리 가이’는 메타버스 게임 ‘프리시티’의 NPC(Non-Player Character·이용자가 조정하지 않고 게임 내 자동으로 움직이는 캐릭터)인 ‘가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독특한 시점의 영화다. 가이는 시스템이 정한 언행만 해야 하는 NPC이지만, ‘몰로토프 걸’이라는 다른 캐릭터에 한 눈에 반하며 자율적인 돌발 행동하면서 여러 해프닝들이 벌어진다. 이 몰로토프 걸은 사실 현실세계에서 프리시티를 개발한 게임 개발자 ‘밀리’로, 현실세계 인간이 메타버스 내 가상인간, NPC와 상호작용하는 다소 이색적인 내용을 담았다.
최근 국내 유통업계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메타버스 역시 이들 영화가 구현한 메타버스를 궁극적 목표점으로 삼는다. 대표적 사례로 롯데그룹은 롯데정보통신을 앞세워 전 계열사로 확대 가능한 메타버스 구축에 박차를 나선 상황으로, VR기기를 착용하면 △버추얼 스토어(롯데하이마트) △버추얼 피팅룸(롯데면세점) △버추얼 시어터(롯데시네마) 등에 접근 가능한 메타버스 세상에 진입하는 형태다.
한 AR(증강현실)·VR 전문 스타트업 관계자는 “메타버스의 궁극적 목표는 결국 가상세계에서 현실세계 인간들이 ‘아바타’라 할 수 있는 각 캐릭터를 조종하면서 상호작용하며 사회·문화·소비 활동을 하는 것인데, 이와 함께 메타버스 내 가상인간들과의 상호작용 또한 매우 중요한 축이 된다”며 “게임으로 치면 NPC들이라 할 수 있는데, AI(인공지능)를 통해 NPC들이 현실감 있게 아바타들과 상호작용할수록 메타버스의 매력은 배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는 지난 2020년 8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상인간 ‘로지’를 처음 선보였다. 지난해 7월 ‘신한라이프’ 광고 모델로 본격 데뷔한 로지는 가상인간이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더욱 유명세를 탔고, 최근까지 약 20억원의 광고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박람회 ‘CES 2022’에서는 LG전자가 개발한 가상인간 ‘김래아’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김래아는 가수 윤종신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미스틱스토리와 손잡고 연내 가수로 데뷔할 예정이다. 유통업계에선 롯데홈쇼핑 ‘루시’가 등장했다.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29세 디자인 연구원이자 모델로, 앞으로 AI 가상 상담원은 물론 쇼호스트로도 활동 영역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이미 현실세계는 이들 ‘뮤즈’에 상당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로지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1만3000명, 루시는 6만8900명, 가장 늦게 등장한 김래아 역시 1만4800명으로 ‘인플루언서’로서 발판을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