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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앞으로 5년간 16조원 이상 규모의 국유재산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하자 의견이 분분합니다. 야당에서는 이번 매각 방침이 ‘민영화’ 또는 ‘부자 특혜’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이자, 정부는 “뜬금 없다”며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정부는 왜 국유재산을 매각하는 것이고, 이를 두고 민영화·특혜라는 지적은 왜 나오는 것일까요?
민영화 지적에 추경호 “정말 뜬금없다”
국유재산 매각 논쟁은 지난 8일 기획재정부가 ‘향후 5년간 유휴·저활용 국유재산 총 16조원 플러스 알파(+@) 규모를 팔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도전 중인 이재명 의원이 “국유재산 민영화는 소수 특권층 배불리기”라고 비판하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정말 뜬금 없는 지적이다”라고 맞받아치면서 이슈가 됐습니다.
‘국유재산 매각=민영화’는 맞는 말일까요? 사전적 의미로 보면 정부 소유 재산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니 민영화란 말 자체가 틀리진 않습니다. 다만 실제 논쟁에서 쓰이는 의도가 중요합니다. 21세기 정치학대사전에서는 민영화를 ‘국가가 지금까지 운영해 온 분야를 민간에게 위탁하는 것’이라고 규정합니다. 해석해 보자면 정부가 공공의 영역을 민간에게 매각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매각을 추진하는 국유재산은 금액으로 보면 작년 기준 701조원입니다. 이중 공용·공공용으로 사용하는 행정재산이 94%(660조원)을 차지하고 이외 매각 등 처분이 가능한 일반재산이 6%(41조원)입니다.
이번에 정부가 당장 매각을 추진하는 분야는 비축토지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위탁 개발한 부동산 등 일반재산이 우선순위입니다. 행정재산 또한 매각 대상이지만 활용실태를 전수조사해 유휴·저활용 재산을 발굴·매각한다는 방침입니다. 놀고 있는 땅을 민간에 파는 것도 민영화라고 주장할 순 있지만, 필수 공공재가 민간에 넘어가는 일은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추 부총리는 “전국에 산재한 국유재산 중 그야말로 놀고 있는 땅, 활용되지 않고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재산을 매각한다고 한 건데 갑자기 왜 민영화(라는) 근거 없는 상상력이 야당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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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재산 매각이 윤석열 정부 들어 갑자기 추진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에 정부가 밝힌 매각 규모는 연간으로 보면 3조원 수준인데, 매년 국유재산을 팔아 연간 2조원 안팎의 재정수입이 발생해왔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기재부 소관 일반회계에서 1조1000억원, 각 부처에서 6000억원의 국유재산을 각각 매각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첫해였던 2017년은 2조4000억원에 달했고, 2020년만 해도 2조1000억원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하면 이 의원이 우려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또 대규모 유휴부지는 민간 참여 방식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는데 극소수 계층이 천문한적인 개발 이익을 독점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대책도 필요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논란이 됐던 ‘대장동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국가가 보유한 부동산이 헐값에 팔릴 가능성도 대비해야 합니다. 매각가격이 감정가액을 기준으로 결정되겠지만 부동산 경기가 하락해 가격이 낮은 수준에 형성되면 자금 여력이 있는 일부 계층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의해 (국유재산을) 매각하고 (민영화) 의혹에 궁금하면 직접 가서 설명하겠다. 그런 (민영화) 우려, 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추 부총리의 단언이 지켜지도록 이번 정책이 본연 취지대로 추진되길 지켜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