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초동 사무실 밀집지에 된장찌개, 청국장 등 한식카페를 창업한 장영천(51·찌개애감동)씨는 일요일마다 점포 문을 닫는다. 하루 매출액이 150만~200만원이라 일요 휴무 시 월 500만원이 넘는 매출을 놓치는 셈. 장씨는 “사무실 밀집가여서 어쩔 수 없이 일요일에 문을 닫아야 했지만 일요 휴무를 해보니 마음 편하게 친구도 만나고 가족과도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일요 휴무 덕분에 종업원 이직도 적다고 덧붙였다.
‘웰라이프(well life)’ 창업 바람이 불고 있다. 심야 영업에 새벽장사, 24시간 근무도 마다하지 않는 악착같은 영업보다는 소득을 좀 낮추더라도 휴일을 즐길 수 있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업종을 선호하는 창업자들이 늘고 있는 것. 주6일 근무를 위해 일부러 오피스 상권을 택하는 웰라이프형 창업자도 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선진국의 경우 오후 8시 전후면 상점가가 철수를 하고 일요일에는 영업을 쉬는 게 일반적”이라며 “우리도 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아 삶의 질을 고민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휴일에는 쉬어야 한다
◆노동 강도도 낮은 창업 선호
노동강도도 웰라이프 창업자들이 따지는 중요한 요소다. 커피숍, 샌드위치 전문점, 아이스크림점같이 노동강도가 낮은 업종은 인력 채용이나 유지도 상대적으로 쉽다. 일반 세탁소는 직접 세탁은 물론 배달까지 해야 하는 기술형 3D업종이다. 이에 비해 본사가 세탁을 대행해 주는 ‘크린토피아’나 ‘크린하우스’ 같은 세탁편의점은 노동강도가 약하고 가격이 저렴한 대신 배달을 해주지 않아도 돼웰라이프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편.
◆아침형 업종이나 파트타임형 업종도 선호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여 있어야 하는 점포와 달리 특정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일하면 되는 아침형 업종이나 파트타임형 업종도 웰라이프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사업이다. 최근엔 젊은층도 많이 지망한다는 지적이다.
청소업종에 근무하는 오영근(46·푸르른계단 방이점)씨는 오전 8시에 일을 시작, 오후 3~4시면 업무를 끝낸다. 철판요리전문점, 삼겹살 전문점 등 14년간 음식점 관련 일을 해왔던 오씨는 “음식점을 운영할 때는 365일 매장에 매달려 있어 가족과 여행 한번 못해 봤는데, 어느 날 문득 ‘이게 사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올해 3월 전업했다”고 말했다. 월소득은 500만원 선. 그는 “일요일에는 종교활동을 하고 평일에 자녀교육도 봐줄 수 있어 새롭게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