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을 요리하려면 무엇보다 원재료가 중요하다. 공연예술도 마찬가지다. 이번 작품들을 통해 공연예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연극과 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 SPAF)가 9월 25일부터 10월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공연예술센터는 지난 27일 대학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박계배 한국공연예술센터장은 이 자리에서 "아주 잘 차려진 뷔페 상을 만드는 심정으로 라인업을 짰다."며 위와 같은 말로 이번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기획방향을 밝혔다.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핵심을 감지하다’라는 주제로 펼쳐진다. 한국, 독일, 러시아, 영국 등 7개국 19개 공연단체가 참가해 연극 12편, 무용 13편 등 총 21개 작품을 선보이며, 제8회 서울댄스컬렉션&커넥션, 제11회 젊은 비평가상, 호페쉬 쉑터 컴퍼니 워크숍 등이 부대행사로 펼쳐진다. 특히 올해는 2011년 한국공연예술센터의 기획공연으로 시작된 ‘솔로이스트’가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연계돼 현역 무용수 4명의 솔로 무대도 함께 펼쳐진다.
연극 6편, 무용 4편 등 해외 작품 총 10편
개막작 <노란 벽지> 등 기대작 다수
이번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참여하는 25개 작품 중 해외 작품은 10편으로, 연극 6편과 무용 4편이다. 이 중 실험연극으로 유명한 독일 베를린의 샤우뷔네 극장이 제작하고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출로 급부상한 케이티 미첼이 연출한 <노란 벽지>(9/25~9/27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가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이 연극은 여성의 억눌린 사회적 자의식과 상처를 감각적으로 펼쳐 보인다.
폐막작으로는 러시아 RAMT(Russian Academic youth Theatre)의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10/16~10/19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가 선정됐다. 유진 오닐이 다시 쓴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을 러시아의 감성으로 풀어낸 연극으로, 러시아의 국민 예술가로 꼽히는 알렉세이 보로닌이 연출을 맡았다.
이외에도 올해 애들레이드 프린지 페스티벌 최고 연극상을 받은 영국 제스로 컴튼 연출의 <벙커 트롤로지> 3부작(10/3~10/5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과 벨기에의 창작단체 라울 콜렉티브가 만든 <산책자의 신호>(10/8~10/9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등이 해외 연극작품으로 소개된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임수연 연극 프로듀서는 연극 라인업을 소개하며 “영국의 에딘버러 국제 축제, 프랑스의 아비뇽 축제와 비교해 수준과 규모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왼쪽부터) 임수연 연극 프로듀서, 오선명 무용 프로듀서
해외 무용 중에서는 예루살렘 출신 안무가 호페시 쉑터의 최신작 <선>(10/8~10/9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이 특히 기대를 모은다. 불의와 전쟁으로 분열된 세상의 폭력을 표현하는 이 작품에 대해 오선명 무용 프로듀서는 "16명이 한꺼번에 올라와 펼치는 아우라를 통해 호페쉬 쉑터가 어떻게 10년 만에 세계 최고가 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인간의 나약함을 처절하게 표현한 콜롬비아의 <십자가의 일기>(9/26~9/28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춤과 경쾌한 팝·재즈 음악이 어울린 오스트리아의 <블라인드 데이트>(10/18~10/19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벨기에 무용단체 니드컴퍼니와 인도네시아 출신 안무가 그레이스 엘렌 바키가 함께 제작한 <머쉬룸>(10/4~10/5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등이 펼쳐진다.
국내 연극초청작 7편도 기대
오태석 김재엽까지…세대를 아우르는 무대
국내 작품 11편 중 연극은 7편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오태석 연출, 이윤택 연출 등이 참석해 직접 참가작을 소개했다. 도덕성이 무너진 시대상을 담은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9/26~9/28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를 연출하는 오태석은 "10년 만에 다시 하는 작품인데 그 동안 관객들이 변화한 만큼 작품도 변화한 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7할은 관객이 직접 만들어가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오태석 연출, 이윤택 연출
기타 국내 연극으로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문학을 무대화한 윤시중 연출의 <파우스트 Ⅰ+Ⅱ>(10/11~10/14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드라마전시'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펼쳐지는 이항나 연출의 <노크하지 않는 집>(10/2~10/4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세 남녀의 미묘한 대화 속에서 인간의 위선과 나약함을 드러내는 김도훈 연출의 <조용한 식탁>(10/16~10/18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김재엽 연출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알리바이 연대기>(10/9~10/11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등이 있다. 연극계 후배들과 함께 예술제에 참여하게 된 이윤택 연출은 “공연예술이 발전하려면 70대 연극과 50대 연극, 20대 연극이 모두 공존해야 한다. 젊은 친구들은 다양한 실험을 하고, 우리 노친네들은 노친네 연극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신작으로 구성된 국내 무용
인기 안무가들의 ‘솔로이스트’도 주목
국내 무용은 모두 신작이다. 현대무용가 최상철과 김남진이 각각 <어 크라이>(9/30~10/1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와 <봄의 제전>(10/10~10/11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을 선보이고, 발레 안무가 김용걸은 <인사이드 오브 라이프>(10/12~10/13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를 선보인다. 한국무용가 중에서는 이미희가 <달, 천의 얼굴>(9/25~9/26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을 무대에 올린다. 이미희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전통과 고전을 살리면서 현대의 최첨단 기술을 밀도 있게 활용해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연계해 펼쳐지는 ‘솔로이스트'에는 한국 무용계의 간판스타 이정윤, 현대무용가 최문석 등이 참가한다. 최근 국립무용단을 나와 홀로서기를 한 이정윤은 “독립무용가로서 제 춤을 찾아가는 단계라 두려움도 없지 않다.”라며 “우리 춤 문화의 본질을 다시 찾아보자는 것이 이번 공연의 취지다. 현재 한국 춤이 가져야 할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그런 고민을 무대에 담아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경을 넘어 다양한 나라의 연극,무용을 만나볼 수 있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티켓은 온라인으로 예매할 수 있으며, 일정 등 기타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www.spa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한국공연예술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