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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백 전 장관에 대한 수심위를 오는 18일 열고, 배임·업무방해 교사 혐의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기소 여부 판단을 받는다. 수심위의 기소 또는 불기소 판단은 권고 수준으로 구속력이 없지만, 이번 월성 원전 의혹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상당한 만큼 검찰 역시 이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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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미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을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상적으로 가동되던 월성 원전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할 경우 정부는 한수원에 손해 보전 책임을 갖는데, 마치 경제성이 없는 것처럼 평가 결과를 조작함으로써 이같은 책임을 피해 한수원에 1481억원 상당의 손해를 가했다는 것이다. 백 전 장관은 정 사장의 이같은 배임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실제로 김오수 검찰총장이 당초 6월 30일 백 전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도 배임교사 혐의에 대해 직권으로 수심위를 소집한 것 역시 이같은 정치적 부담감 때문이라는 의구심 또한 적지 않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한전 주주들은 향후 배임의 직접적 행위자인 정 사장과 한수원에 손해배상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배임의 배후에 백 전 장관의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면 그 소송 대상은 현 정부로 확대될 여지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입증 어렵다는 배임 “조작 확실하다면”…수심위원 면면 ‘변수’
검찰이 수심위에서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먼저 정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기소 타당성 먼저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사무에서 임무를 저버리고 불법행위를 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 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범죄’로, 현재 우리 법학계와 사법부는 이를 상당히 좁게 인정하는 추세다.
구체적으로 정 사장이 월성 원전 1호기를 가동 중단한 것이 자신의 임무를 저버린 것인지부터, 한수원의 손해를 가한 결과 정부가 실제 이익을 취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 배임 혐의를 입증해야,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 역시 따져볼 수 있는 셈이다.
수심위의 직접적 심의 대상인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관련자들의 구체적인 ‘진술’ 확보가 관건으로 보인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변호사는 “다소 이례적인 배임교사 혐의를 적용한 것은 실제 정 사장과 배임을 공모, 논의한 것이 아니라 백 전 장관이 일방적으로 정 사장에 이를 지시했다고 본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시켜서 한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수심위 위원들 구성은 ‘변수’다. 수심위 위원은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 150∼250명 가운데 추첨을 통해 무작위로 선발된 15명으로 구성된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입법례(立法例)에 따라 외국에서는 배임으로 형사 처벌 하지 않고 민사에 맡기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실제로 국내 법학계에선 종종 배임 혐의를 받는 기업에 대해 ‘경영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배임 혐의 적용을 엄격하게 보는 추세가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사의 경우 눈을 찡긋거리거나 작은 말 한마디로 혐의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장 실무진은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지만 수심위 위원들은 이런 현장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며 “수심위 위원들의 구성에 따라 배임은 물론 배임교사에 대한 판단이 완전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