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도 '카지노 합법화' 추진…달아오르는 亞 복합리조트 시장 [MICE]

UAE 카지노 포함 복합리조트 개발 추진
Wynn 리조트 '라스 알 카이마' 인공섬
알 마르잔에 5.2조원 투입 2027년 개장
두바이, 아부다비도 건립 방안 검토 중
韓은 외국인만 카지노 허용 '반쪽 개발'
투자·시설 규모 작아 경쟁력 약화 우려
외국인 투자 늘릴 현실적 대안 찾아야
  • 등록 2024-02-07 오전 6:00:00

    수정 2024-02-07 오전 7:42:03

미국 윈 리조트(Wynn Resorts)가 UAE 라스 알 카이마 인공섬 알 마르잔(Al Marjan)에 건립을 추진 중인 복합리조트(IR) 조감도 (사진=Wynn Resorts)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아랍에미리트(UAE)의 복합리조트(IR·Integrated Resort)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카지노 합법화에 앞서 복합리조트 관리와 규제에 필요한 강력한 규정과 지침 개발과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연방 정부 차원의 전담기구도 설립한 상태다. 현지에선 UAE 정부가 7개 토후국 당 하나씩 모두 7개 복합리조트 개발을 허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슬람교 율법에 따라 도박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한 UAE가 탈석유화와 걸프 지역 경제 주도권 선점을 위해 ‘파격’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UAE에선 현행법상 복권, 경마, 슬롯머신 등 도박 행위를 하다가 적발되면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미국의 소리(VOA)는 “걸프 지역에서 가장 보수적인 UAE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제 패권 경쟁을 위해 과감한 ‘자유주의적 법률 개혁’(Liberal legal reform)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UAE 정부, 관광산업 육성 차원 복합리조트 개발

현재 복합리조트 개발을 구체화하고 있는 곳은 UAE 최북단 ‘라스 알 카이마’(Ras Al Khaimah)다. 미국 윈(Wynn) 리조트가 인공섬 알 마르잔에 총 25만㎡ 규모의 복합리조트 건립을 공식화한 상태다. 라스 알 카이마 정부는 미국, 싱가포르 사례를 참고해 관광청 내에 게임 규제 전담조직을 신설할 만큼 복합리조트 개발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스 알 카이마는 두바이에서 차로 45분 거리에 있는 7개 토후국 중 하나로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이곳의 대표 관광지인 알 마르잔은 산호 모양의 4개 인공섬(브리즈·트레저·드림·뷰)으로 전체 면적이 여의도(8.5㎢)의 3분의 1인 2.7㎢에 달한다.
미국 윈 리조트(Wynn Resorts)가 UAE 라스 알 카이마 인공섬 알 마르잔(Al Marjan)에 건립을 추진 중인 복합리조트(IR) 조감도 (사진=Wynn Resorts)
윈은 알 마르잔에 2027년까지 39억 달러(약 5조 2000억원)를 투입해 1500개 객실의 특급호텔과 쇼핑몰, 공연장, 컨벤션센터 등을 원샷 개발할 예정이다. 아직 반영하지는 않았지만, 카지노 합법화에 맞춰 카지노를 시설 계획에 추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크레이그 빌링스 윈 리조트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UAE에서 첫 카지노 운영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알 마르잔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소를 만들기 위해 레이저 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아부다비와 두바이도 복합리조트 개발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수도 아부다비는 페라리 월드, 워너 브라더스 테마파크가 있는 야스 아일랜드와 야스 마리나 포뮬러1(F1) 서킷 일대에 복합리조트를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는 엠지엠(MGM)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엠지엠은 2017년부터 부르즈 알 아랍이 있는 주메이라 해안 인근에 1400개 특급호텔이 포함된 엔터테인먼트 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답보 상태에 있던 12억 달러(약 1조 6000억원) 규모 건설사 계약이 마무리되면서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빌 혼버클 엠지엠 리조트 인터내셔널 CEO는 최근 한 행사에서 “두바이에서 카지노 운영은 둘도 없는 최고의 비즈니스 기회가 될 것”이라며 “엠지엠에 카지노 운영권이 주어진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 시설을 계획에 추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아시아, 복합리조트 ‘춘추전국 시대’

UAE가 복합 리조트 개발에 나서는 건 관광산업의 지속 성장을 이끌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UAE 정부는 복합리조트가 여행지로써 매력을 높이고 투자와 게임세 등 세수를 늘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UAE가 복합리조트 개발로 연간 66억 달러(약 8조 8000억원)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관광 인프라와 상품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14개 도시에 21개 엔터테인먼트 단지를 조성하는 500억 달러(약 17조 7000억원) 규모 개발사업에 착수했다.

최근 범정부 차원에서 수립한 ‘UAE 관광전략 2031’에서 ‘관광을 새로운 석유’(Tourism is the new oil)로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설정한 계획은 2031년까지 관광 부문에서 270억 달러(약 36조원) 투자를 유치해 현재 9% 수준인 관광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을 20% 이상인 1225억 달러(약 163조4200억원)로 늘리는 게 골자다.
엠지엠 리조트 인터내셔널(MGM Resort International)이 두바이 주메이라 해변 인근에 건립을 추진 중인 복합리조트(IR)조감도. (사진=MGM Resort International)
UAE의 가세로 아시아는 복합 리조트 춘추전국 시대를 맞게 됐다. 현재 아시아 지역에선 UAE 외에 일본이 2030년 가을 개장을 목표로 오사카 유메시마 인공섬에 복합리조트 건립을 추진 중이다. 태국도 방콕, 푸껫 등에 최대 5개 복합리조트를 개발하기 위해 카지노 합법화를 진행하고 있다. 싱가포르, 마카오도 올해부터 기존 복합리조트 2단계 확장공사에 돌입한다.

반면 한국은 복합리조트 개발 경쟁에서 변방으로 내몰리고 있다. 외국인만 카지노 출입을 허용하는 ‘반쪽짜리’ 개발에 머물고 있어서다. 대형 시설 운영의 자금줄 역할을 할 카지노 기능을 제한하면서 투자와 시설 규모에서 기존 싱가포르, 마카오는 물론 일본, UAE에 들어설 복합리조트에 한참 뒤처지고 있다.

최근 개장한 복합리조트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투자 규모가 1조 8000억원으로 11조원이 넘는 일본 오사카의 6분의 1, 5조원이 넘는 UAE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는 기존 3개 동에 1개 동을 추가 건립하는 데에만 2배에 가까운 3조 3400억원을 투입한다.

김대관 경희대 교수는 “당장 지금부터 일본 등 아시아 지역 복합리조트 개장에 대비해야 한다”며 “오픈 카지노(내·외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 허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관광시장 전반에 걸쳐 해외 자본의 국내 투자를 늘리기 위한 규제 완화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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