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AI 반도체 동맹에 이어 탈(脫) 엔비디아 기반의 미국 기업 중심 반도체 클러스터(UA링크), 중국 중심의 반도체 클러스터 등 3강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반도체는 단순히 경제 논리를 벗어나 개별 국가의 군사·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산업으로 여겨진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과 기술을 제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의 제재가 심화할수록 반대급부로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자국의 기술로만 AI 반도체를 생산하고자 나서고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갈등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미래는 위태롭다. 미국이 중국을 막아서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에 미칠 직·간접적인 영향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당장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에 제재를 받을 수 있고, 미국이 자국 기업만으로 된 반도체 클러스터를 우선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는 미국의 동맹국인 우리도 중국 제재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현재의 엔비디아 AI 반도체 동맹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AI 반도체 전쟁터에서 한국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쌓는 길밖에 없다. 이를 위해 경기 남부권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제 궤도에 오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은 각각 AI 첨단 기술 주권을 지키고자 발 벗고 나서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우리 기업들을 경쟁 한복판에 그대로 두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는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대기업 특혜라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프로젝트가 잘 안착할 수 있도록 전력·용수 등의 마련을 위한 뒷받침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인력난을 겪고 있는 반도체 산업 인재 육성과 연구개발(R&D) 등에 전방위적 지원을 통해 기업 투자와 혁신을 유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