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A씨는 최근 열과 기침이 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인근 보건소를 방문했다. 하지만 의료진과 신속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A씨는 “장애인을 위해 영상통화와 문자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1339 카카오톡방에 문자를 보냈을 때도 다음날 연락이 오는 등 신속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진료소를 갔을 때도 검사에 대한 내용이나 절차를 안내받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
선별 진료소 찾는 장애인들 “의사소통 어려워”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선별진료소에서 장애인을 위한 지원이 전혀 없어 어려움이 있다는 제보가 많이 들어오는데 이 중 청각장애인들이 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농아인협회 등에서 자체 지침을 만들어 개인에게 안내를 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관련 단체는 이같은 일이 아직까지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의식 부족’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사무국장은 “검사 과정이나 안내 지침을 영상으로 만들어 장애인이 진료소를 방문하면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제안했지만 전혀 실현되지 않고 있다”며 “수어통역사와 영상통화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지만 보건소에서 인지가 제대로 안 돼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 한 구 보건소 관계자는 “선별진료소를 온 장애인을 위한 지원책은 따로 없다”면서 “아직까지 검사에 좀 더 중점을 두다 보니 고려하지 못했는데 조치를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 또 올 것…장애인 세부 지원 방법 생각해봐야
서울시에선 25개 자치구 중 마포·은평·구로·성동·서대문·구로구 등 6개구가 보건소에서 AAC 그림판을 사용하고 있다. 경기도에선 용인시와 부천시, 고양시 등이 AAC 그림판을 배부했다. 마포구 보건소 관계자는 “AAC는 원래부터 있던 의사소통 기구로 제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보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이 큰소리로 안내하는 과정에서 피로가 가중되는데, 그림판을 통해 장애인은 물론 일반 시민도 보다 편리하게 진료와 검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이런 감염병 확산 사태가 또 올 수도 있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철환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는 “ACC는 선별진료소 근무자들의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이진 않다”면서 “아직 사회 약자가 코로나19 같은 재난상황에 노출됐을 때 대응하는 시스템과 대응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김 활동가는 “메르스, 코로나19처럼 앞으로 감염병과 재난 사태는 또 올텐데 장애인을 위한 정책과 세부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어떤 때 장애인 지원을 해야할지, 수어통역사나 의사소통 보조인을 언제 투입할지 등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전문인력을 양성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