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희망은 있다. 반한류와 싸우는 또 다른 일본

  • 등록 2013-04-29 오전 8:48:40

    수정 2013-04-29 오전 9:45:18

[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풍경 하나. 도쿄돔에 무지갯빛 형광봉이 가득 찼다. 그룹 2PM의 무대를 지켜보기 위한 팬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도쿄돔 공연을 보기 위해 일본을 찾은 한국 팬들에게 일본 팬들의 따뜻한 인사말도 이어졌다.

풍경 둘.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우익정치인 후루야 게이지가 참배에 나섰다. 전범이 묻힌 시설을 정치인이 버젓이 찾는 건 한일 간의 우호를 해치는 행위임에도 “애도의 마음을 표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일본 도쿄의 두 가지 풍경이다. 한 나라 한 도시에서 이렇듯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게 일본이다. 최근 한일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일본 부총리 등 일부 각료와 일본 국회의원들이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경색일로다.

2PM의 공연이 펼쳐진 때 일본 우익 단체의 활동도 극에 달했다. 검은색 바탕에 적극적인 자위권 등 일본 헌법 개정 요구를 담은 글씨 등으로 도배한 버스 몇 대가 도쿄 시내를 쉴새 없이 오갔다. 버스 위에 매달린 커다란 스피커에서 들리는 선동적인 목소리 속에는 “한류를 몰아내자”는 단어도 간혹 들렸다. 대규모 K팝 공연이 열리는 날에는 기다렸다는 듯 우익 단체의 시위가 열린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도 100여 명의 우익 단체 회원이 한국 식당과 상점이 모여있어 ‘한류의 성지’로 꼽히는 일본 신오쿠보 거리에서 ‘반한’을 외치는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연일 폭주하고 있는 일본 우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중순부터 신오쿠보에 또 다른 시위 단체가 등장했다. 민족차별금지단체 등이 한일 문화 교류를 방해하고 혐한류를 부추기는 ‘일·한 국교 단절 국민 대행진’ 등 우익 단체 시위대에 맞서 ‘반한 시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본인 남성이 한국인 여성에게 위협을 가하는 등 반한을 주장하는 우익 단체의 심각성을 자각한 이들이 브레이크를 걸은 셈이다. 21일에도 이들은 반한 시위대에 맞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반한 시위를 반대하는’ 시위대 역시 우익으로 분류된다는 것도 흥미롭다. 반한 시위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일본의 이익을 해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게 이들 단체의 속내가 아닐까 가늠해본다. 겉으로는 깍뜻한 인사와 웃음을 건네는 예절 중시의 나라라지만 속으로는 이(利)을 위해서라면 의(儀)를 잠시 젖혀놓는 게 일본의 현실일까 싶다. 어떤 게 일본의 참모습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류를 사랑하는 일본 팬들도 반한을 주장하는 일본 우익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왜곡된 교과서를 통해 한일간의 역사를 배웠던 일본인들도 K팝 등 한류를 접하고 한국의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제대로 된 역사 의식을 갖게 됐다. 역사적 잘못에 대해 일본의 반성이 부족하고, 그 때문에 한국 등 인접 국가의 국민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한 한류 스타는 “한류를 접하고 한국 문화를 공부하다 교과서로 배운 일본의 역사가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대신 사과한다는 일본 팬의 편지를 받고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도 정치가 아닌 문화의 힘을 믿고 있다. 일본인의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드라마 ‘가을동화’ ‘겨울연가’ 등의 인기에 힘입어 갑작스럽게 변화한 현장을 목격한 덕이다. 몇십 년, 몇백 년 동안 왜곡된 시각이 불과 지난 10년 만에 한류 덕에 바뀌었다는 게 재일 한국인들의 말이다.

며칠 지나지 않아 일본 우익의 도 넘은 주장이 또다시 들렸다. 일부 인사들이 과거 일제 군국주의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발언이 나왔다. 같은 날 독일 검찰이 아유슈비츠에서 일한 93세의 요리사를 “학살이 저질러진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며 기소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비상식과 상식이 어떤 것인지 생각케하는 대목이다. 2PM의 멤버 택연은 도쿄돔 공연에 앞서 “양국 간의 상식과 문화의 차이에서 이견과 오해가 쌓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는커녕 상식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본 우익 정치인은 택연의 어른스러움을 배워야 할 판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초췌한 얼굴 尹, 구치소행
  • 尹대통령 체포
  • 3중막 뚫었다
  • 김혜수, 방부제 美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