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둘.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우익정치인 후루야 게이지가 참배에 나섰다. 전범이 묻힌 시설을 정치인이 버젓이 찾는 건 한일 간의 우호를 해치는 행위임에도 “애도의 마음을 표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일본 도쿄의 두 가지 풍경이다. 한 나라 한 도시에서 이렇듯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게 일본이다. 최근 한일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일본 부총리 등 일부 각료와 일본 국회의원들이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경색일로다.
2PM의 공연이 펼쳐진 때 일본 우익 단체의 활동도 극에 달했다. 검은색 바탕에 적극적인 자위권 등 일본 헌법 개정 요구를 담은 글씨 등으로 도배한 버스 몇 대가 도쿄 시내를 쉴새 없이 오갔다. 버스 위에 매달린 커다란 스피커에서 들리는 선동적인 목소리 속에는 “한류를 몰아내자”는 단어도 간혹 들렸다. 대규모 K팝 공연이 열리는 날에는 기다렸다는 듯 우익 단체의 시위가 열린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도 100여 명의 우익 단체 회원이 한국 식당과 상점이 모여있어 ‘한류의 성지’로 꼽히는 일본 신오쿠보 거리에서 ‘반한’을 외치는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반한 시위를 반대하는’ 시위대 역시 우익으로 분류된다는 것도 흥미롭다. 반한 시위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일본의 이익을 해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게 이들 단체의 속내가 아닐까 가늠해본다. 겉으로는 깍뜻한 인사와 웃음을 건네는 예절 중시의 나라라지만 속으로는 이(利)을 위해서라면 의(儀)를 잠시 젖혀놓는 게 일본의 현실일까 싶다. 어떤 게 일본의 참모습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일본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도 정치가 아닌 문화의 힘을 믿고 있다. 일본인의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드라마 ‘가을동화’ ‘겨울연가’ 등의 인기에 힘입어 갑작스럽게 변화한 현장을 목격한 덕이다. 몇십 년, 몇백 년 동안 왜곡된 시각이 불과 지난 10년 만에 한류 덕에 바뀌었다는 게 재일 한국인들의 말이다.
며칠 지나지 않아 일본 우익의 도 넘은 주장이 또다시 들렸다. 일부 인사들이 과거 일제 군국주의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발언이 나왔다. 같은 날 독일 검찰이 아유슈비츠에서 일한 93세의 요리사를 “학살이 저질러진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며 기소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비상식과 상식이 어떤 것인지 생각케하는 대목이다. 2PM의 멤버 택연은 도쿄돔 공연에 앞서 “양국 간의 상식과 문화의 차이에서 이견과 오해가 쌓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는커녕 상식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본 우익 정치인은 택연의 어른스러움을 배워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