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지면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중국 과학기술을 집중 조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최고 수준 연구 성장은 둔화 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 유럽, 일본이 지배하는 구식 과학 세계 질서가 끝나가고 있다”고 지목했다.
|
중국의 과학기술 연구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로는 매년 얼마나 많은 영향력 있는 논문이 발표되고 있는지가 있다.
영국의 과학정보회사 클래리베이트에 따르면 2003년만 해도 미국은 중국보다 20배 많은 영향력 있는 논문을 발표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중국이 논문 발표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내는 영향력 있는 논문의 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합친 것보다 많다.
권위 있는 저널의 게재된 논문의 수를 지수화하는 ‘네이처 인덱스’에서도 중국은 2014년 첫 발표 때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머문 2위였지만 지난해 1위에 올랐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특허출원(PCT) 분야 전 세계 1위는 6만9610개의 특허를 출원한 중국이다. 전체 특허의 25.5%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6494건의 특허를 내며 7년째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005930)는 3924건으로 2위에 머물렀다.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는 중국 첨단기술 확보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올해 중국의 과학기술 R&D 예산은 3708억위안(약 70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0%가량 확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보다 15% 삭감된 26조5000억원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R&D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가 더 크지만 절대 규모에서 차이가 크다.
화웨이는 지난해에만 230억달러(약 32조원)를 R&D에 투자했는데 이는 매출의 23.4% 수준이다. 지난해까지 10년간 R&D에 쏟아부은 돈만 1360억달러(약 189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3%대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비용을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지 알 수 있다. 삼성전자도 8%대 수준에 그친다.
|
중국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한국과 격차도 점점 좁혀지거나 아예 추월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과학기술정통부는 지난 2월 2022년 기준 주요 5개국(한국·미국·유럽연합(EU)·일본·중국)의 핵심기술을 비교하는 기술 수준 평가를 발표했다. 미국 기술 수준을 100으로 놓고 다른 나라들은 얼만큼 격차가 있는지를 보는 것인데 중국은 차세대통신(93.5), 양자(91.9), 인공지능(90.9), 우주항공·해양(79.2) 등 부문에서 한국을 크게 앞질렀다. 한국의 자랑인 반도체·디스플레이(89.0)도 중국(84.4)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중국 전문가인 이철 박사는 “중국은 생산력 혁신을 위해 과학기술 개발에 ‘올인’한다는 의도로 신품질 생산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중국의 기술력이 이미 엄청난 약진을 이뤘는데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