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서울에 주택공급물량이 부족해 공급원 확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도심 알짜 부지인 재건축·재개발 공급물량 상당수가 3년 후에나 시중에 풀리는 것이어서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정부가 핵심 공급방안인 재건축·재개발은 외면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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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9일 기준 관리처분계획 인가 단계를 거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들은 이달 28일까지 관할 구청에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하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반대로 29일 이후 신청하면 상한제를 적용받는다는 얘기다.
분양가상한제는 공동주택의 분양가를 산정할 때 일정한 표준건축비와 택지비(감정가)에 가산비를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고,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도록 한 제도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규제방안 가운데 하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인 서울 27개동에서 관리처분계획 인가 단계 이상을 거친 단지는 39개 단지, 6만3000여 가구로 추산된다. 이 중 지난해 11월부터 7월까지 분양을 했거나 앞둔 물량은 2만7000여 가구다. 일반공급 물량만 따지면 9000여 가구다. 대상 물량 중 남은 3만6000여 가구는 분양 일정을 확정짓지 못한 상태로 사실상 상한제 적용을 받게 됐다.
이는 분양가상한제 못지 않게 HUG의 일반분양가 규제 강도가 높아 당초 계획한 분양 시기보다 일정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상한제를 피할 수 없게 된 다수의 조합들은 아예 후분양으로 돌려 3년 뒤 일반분양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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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일반분양분 ‘통매각’을 추진하던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일반분양을 진행하려다 최근 후분양으로 재차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HUG는 이 단지의 일반 분양가를 3.3㎡당 4900만원으로 보고 있지만, 조합 측은 최소 3.3㎡당 5300만원은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베일리는 서초구 반포동 일대 14만6916㎡ 규모 부지의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단지다.
한형기 원베일리 조합원은 “여러 곳에 감정평가를 의뢰한 결과 아무리 못해도 3.3㎡당 5300만원은 돼야 한다는 자문을 얻었지만, HUG는 깜깜이식 분양가를 고집하고 있다”면서 “결국 ‘밑져야 본전’ 아니냐는 생각으로 후분양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르면 8월달에 후분양 신청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원장은 “도심 내 주택을 공급하는 핵심 대책 중 하나가 재건축·재개발 물량인데 정부가 이를 컨트롤하겠다는 확실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면서 “신규 택지 발굴 등 이해관계가 많거나 추상적인 청사진보다는 우선적으로 꺼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공급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