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삼성전기(009150)가 내구성을 개선해 신뢰도를 높이는 차세대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제품을 개발한다. 삼성전기 중앙연구소에 꾸린 기존 태스크포스(TF)팀을 그룹으로 승격시키며 차세대 MLCC 연구에 힘을 실은 것이다. 반도체 기판인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를 미래 먹거리로 삼으면서도 주력 사업인 MLCC 역량 역시 강화해, 시장 1위 일본 기업 무라타와의 격차를 좁히겠다는 계획이다.
|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삼성전기 본사. (사진=삼성전기) |
|
14일 삼성전기 사업보고서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중앙연구소 내 차세대 MLCC 연구조직인 신구조TF를 지난해 말 신구조그룹으로 격상시켰다. 삼성전기 중앙연구소는 MLCC, 카메라모듈 등 삼성전기 제품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R&D센터다.
신구조TF는 지난 2021년 말 중앙연구소 안에 만들어진 조직이다. 삼성전기의 주력 사업인 MLCC 신기술을 연구하고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꾸려졌다. 이 TF가 연구 성과를 내자 정식그룹으로 승격시키며 차세대 제품 개발에 본격 힘을 싣는 것으로 보인다.
10~20명 규모인 신구조그룹은 MLCC의 외부전극 내구도를 높이는 연구에 집중한다. MLCC는 반도체 등 전자부품에 전력을 일정하게 공급하는 제품인데, MLCC 양 끝에 구리로 도포한 은색의 외부전극이 전력 이동 통로 역할을 한다. 그간 외부전극은 낮은 내구도가 문제점으로 꼽혀왔다. 내구성이 떨어지면 전자제품을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탓에, MLCC 업계에서는 내구도 개선을 통한 고신뢰성 확보를 주요 경쟁력 중 하나로 본다.
| 삼성전기의 MLCC 제품. (사진=삼성전기) |
|
MLCC는 삼성전기의 주력 먹거리다. 지난해 삼성전기의 총 매출 9조4245억원 중 MLCC 사업을 담당하는 컴포넌트사업부가 약 44%를 차지했다. MLCC 의존도가 높아 FC-BGA 등 패키지기판 등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주력 사업인 MLCC도 놓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MLCC 시장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도 크다. 반도체가 과거보다 더 많은 분야에 쓰이면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P&S인텔리전스는 글로벌 MLCC 시장이 2021년 약 120억달러에서 2030년 350억달러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리오프닝이 MLCC 시장 회복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완화하면서 눌렸던 수요가 살아나는 등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목표치가 당초 기대보다 낮아졌지만, 코로나 봉쇄 때보다는 나을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기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MLCC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신구조그룹을 통해 고신뢰성 MLCC를 개발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MLCC 시장에서 삼성전기 점유율은 약 24%로 세계 2위다. 1위는 34%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무라타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차세대 MLCC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