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은 2021년 약 4800억원 규모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결론적으로 초기 계약금으로 약속된 뉴로가스트릭스(미국 비상장사) 지분 5% (작년 말 기준 약 40억원)밖에 남기지 못했다. 이는 전체 계약금의 1%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
업계에선 ‘기술 반환’ 대신 ‘라이선스 종료’라고 표현하며 투자자들에게 혼돈을 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계약을 해지한 쪽이 미국 파트너사인지, 대웅 쪽인지 공시와 보도자료에서 불명확하게 표현한 부분도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계약 해지 이유(계약 해지 주체) 등에 대해서 상식적으로 명확하게 기재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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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반환’이라고 안 쓰고 ‘라이선스 종료’로 표현...잘 막은 대웅?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지난달 뉴로가스트릭스와 체결한 미국·캐나다 시장 펙수프라잔 임상 개발 및 상업화 라이선스 계약을 양사 합의 하에 종료했다고 밝혔다. 뉴로가스트릭스는 파이프라인 재평가를 통해 펙수프라잔의 개발이 더 이상 전략적 사업 계획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 계약 종료에 합의했다.
대웅제약은 통상 업계에서 사용하는 ‘기술 반환’ 대신 ‘라이선스 종료’라고 표현했다. 기술 수출이 실패했다고 해석되지 않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이번 사안이 투자자들이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금융감독원 공시를 보면 대웅제약과 뉴로가스트릭스의 기술 이전 계약 종료 결정은 ‘뉴로가스트릭스의 연구개발(R&D) 전략 변경에 따른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공시에서는 계약 해지의 주체가 뉴로가스트릭스로 언급된다. 하지만 보도자료에서는 ‘라이선스 회수’라는 표현을 쓰며 주체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것처럼 표현했다. 보도자료와 공시를 동시에 본다면 ‘뉴로가스트릭스’가 계약을 종료한 것인지, 대웅제약이 주체적으로 계약을 종료한 것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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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벌점이 부과되고 해당 벌점 부과 일로부터 과거 1년 이내의 누계 벌점이 15점 이상이 되는 경우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제47조제1항제12호에 의한 관리 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2년간 임상도 진행되지 않아...펙수클루 띄우는 대웅, 왜?
게다가 대웅제약과 뉴로가스트릭스는 계약 후 2년 동안 임상시험이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웅제약 측은 임상의 책임은 뉴로가스트릭스에 있었고 해당 회사의 자금 문제 때문에 임상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뉴로가스트릭스가 IPO(기업공개, 증시 상장) 후 자금 조달로 임상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상장이 미뤄지며 자금 상황이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뉴로가스트릭스는 임상을 위한 일부 투자금을 확보한 상황이었다. 대웅제약은 2021년 9월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뉴로가스트릭스가 6000만 달러(약 696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고 이전에 확보한 4500만 달러를 합하면 투자금은 1억 달러를 웃돈다고 스스로 밝혔다. 이어 대웅제약은 “뉴로가스트릭스는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오는 2022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펙수프라잔의 임상 3상에 돌입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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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관계자는 “뉴로가스트릭스에서 임상의 책임이 있었고 IPO가 미뤄지며 자금 문제로 임상이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웅제약은 “미국 지역을 포함한 펙수프라잔의 글로벌 판매권에 대해 관심이 있는 업체들로부터 사업제안서를 수령하였으며, 다국적 제약사와 사업 논의 중”이라고 공시했다.
기업의 기술 수출 성과 ‘부풀리기’...속지 않으려면?
실제 기술 수출 계약 관련 기사를 보면 겉으로는 조 단위 계약이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계약체결과 함께 곧바로 받게 되는 계약금은 100억원 내외에 그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초기 계약금이 어느 정도인지 면밀히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약물의 현재가치는 ‘계약금’으로, 개발단계 및 허가에 따른 약물의 미래가치는 ‘마일스톤’으로 각각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투자에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해외 기업의 라이선스 계약을 보면 총 계약규모에서 계약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10% 이상인 경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계약금 규모가 총 딜 규모의 50%에 가깝거나 넘는 계약도 있다.
실제 버텍스는 지난 2021년 ‘CRISPR’과 50:50의 권리를 가지고 공동개발 중인 CRISPR 치료제 후보물질 ‘CTX001’의 권리를 60:40으로 변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에서 지분 10%를 올리는데 계약금 9억달러에 CTX001의 첫 승인 마일스톤으로 2억 달러를 추가 지급키로 했다. 이에 따른 연구개발 비용도 기존보다 10%를 더해 60%를 부담하고, 향후 판매수익도 60%를 받는 계약이었다. 브라이언 코니 미국 투자은행(베이어드) 애널리스트는 “미래에 10%의 수익을 더 얻기 위해 계약금으로 9억달러를 지급한다는 것은 버텍스가 현재 CTX001의 가치를 90억달러 이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분명 국내 바이오벤처 또는 제약기업들의 기술수출은 환영할만한 이벤트지만, 계약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를 받게 된다”며 “기술을 사간 기업들이 상업화까지 이끌 수 있을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론보도] <4800억원 규모 기술반환을 ‘라이선스 종료’로...대웅제약의 술수?> 관련
본보는 <팜이데일리> 및 <인터넷 이데일리> 7월 12일자 <“4800억원 규모 기술반환을 ‘라이선스 종료’로...대웅제약의 술수?”> 제목의 보도에서 기술반환 대신 라이선스 종료라고 표현하며 투자자들에게 혼돈을 주고 기술수출 성과를 부풀렸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웅제약은 해당 내용에 대해 보도된 건은 기술반환이 아닌 펙수프라잔의 라이선스를 종료하고 회수한 것으로 보도자료 상의 내용이 사실과 다름이 없으며, 명확한 사실에만 근거하여 공시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