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반포·DMC 타지역 붙이기 '꼼수'…정작 명칭 떼는 강남 아파트

최근 흑석동 아파트 '서반포' 붙이려다 논란
DMC 범위 어디까지…덕은·향동·가좌·증산도
신월동 아파트, '목동' 붙이려다 소송전까지
"'강남처럼 보이고 싶다' 일 뿐, 의미 없어"
  • 등록 2024-05-13 오전 8:13:01

    수정 2024-05-13 오전 9:56:00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최근 흑석동 아파트에 ‘서반포’ 명칭을 추진하다 논란이 된 사례처럼 ‘지역명’ 속이기 꼼수가 계속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최상급 선호지인 강남 내 아파트에서는 지역명 자체가 사라지는 경향이 도드라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타 지역명을 끌어오는 행위를 통해 실제 가치가 생성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스스로 자존감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김태형 기자)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 동작구 ‘흑석11구역 재개발 조합’ 사업대행자인 한국토지신탁은 새롭게 짓는 아파트 명칭을 ‘서반포 써밋 더힐’로 홍보했다. 실제 지역명에도 없는 서반포를, 그것도 타 행정구역에 있는 아파트가 가져다 쓰려 하자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결국 조합은 “오해였다”며 논란은 일단 ‘해프닝’으로 끝나는 모습이다.

이같은 소위 ‘상급지 지역명 가져다 쓰기’는 이미 예전부터 횡행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DMC(디지털미디어시티)와 목동이다. DMC는 마포구 상암동 일대 상업·업무지구를 뜻한다. 문제는 DMC 세 글자가 실제 아파트가 있는 지역명보다 가치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번지면서다. 실제 상암동 왼쪽으로는 경기도 고양시 덕은동, 위쪽으로는 고양시 향동동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북가좌동, 심지어 은평구 증산동까지 DMC 명칭 사용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정작 상암동 내 아파트들은 DMC가 아닌 ‘상암월드컵파크’라는 명칭을 쓴다는 점이다.

목동이라는 지명을 두고는 관청과 소송까지 벌어진 사례도 있다. 2014년에 지어진 양천구 신월동 ‘신정뉴타운롯데캐슬아파트’는 ‘목동센트럴롯데캐슬’로 이름 변경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허가권자인 양천구청이 변경 승인을 내리지 않자 입주자 대표회의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2022년 나온 2심 결과는 원고인 입주자 대표의 패소로 끝났다.

서울고등법원은 해당 재판에서 지명 변경으로 인한 혼동 가능성을 우려했다. 재판부는 먼저 “아파트에 관한 경제적·심리적 만족을 얻기 위해 아파트 명칭변경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명칭에 사용하는 것을 쉽게 승인해줄 경우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목동’이 아파트 명칭에 무분별하게 사용됨으로써 실제 행정동과 아파트 명칭의 불일치에 따라 일반인들의 인식에 행정동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위치 파악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특이한 점은 해당 아파트 입구간판은 여전히 목동센트럴롯데캐슬로 돼 있다는 점이다.

다만. 신월·신정동에 속한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아파트’, ‘목동힐스테이트아파트’, ‘래미안목동아델리체아파트’, ‘호반써밋목동아파트’ 등 지어질 때부터 ‘목동’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현재도 별탈 없이 유지 중이다.

반면 정작 최상급 입지로 불리는 강남권에서는 지역명을 뺀 아파트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 대비된다. 대표적으로는 래미안 아파트를 들 수 있다. ‘래미안 원베일리’, ‘래미안 원페를라’, ‘래미안 원펜타스’, ‘래미안 레벤투스’ 등은 모두 강남권이면서도 지역명이 빠져 있다.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메이플자이’, 방배동 ‘아크로 리츠카운티’ 역시 마찬가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원은 “강남이 아닌데 강남을 붙인다는 것은 ‘강남처럼 보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일 뿐”이라며 “설령 ‘서반포’를 붙인다 해도 동작구인지 모르고 해당 아파트를 매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지역 안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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