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하락에 나스닥 2.77%↓…‘순환매’ 다우는 신고가[월스트리트in]

나스닥 하락폭 2022년 이래 가장 커…S&P 500도 1.4% 하락
인텔과 글로벌파운드리는 6거래일 연속 상승
공포지수 5월 초 이래 최고치 기록
  • 등록 2024-07-18 오전 6:19:33

    수정 2024-07-18 오전 6:23:01

뉴욕증권거래소 풍경(사진=게티이미지)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며 2022년 12월 이래 나스닥이 최악의 하루를 맞았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기술주들의 하락이 이어지며 나스닥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77% 하락한 1만 7996.92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 지수도 1.39% 하락한 5588.27을 기록했다. 반면 금융주, 헬스케어주 등으로 온기가 퍼지며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 대비 0.59% 상승한 4만 1198.08에 장을 마쳤다. 6일째 상승세로 다우지수는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소규모 기업 중심인 러셀2000은 1.1% 하락해 5일 상승세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되며 반도체주 대거 폭락

이날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종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엔비디아는 6.62% 하락해 117.97달러로 마감했고, 어드반스드마이크로디바이스(-10.21%), 브로드컴(-7.91%)도 하락했다. 다만 반도체 매도세 속에서도 인텔(0.35%)과 글로벌파운드리(14.52%)는 올랐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제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에 대한 광범위한 단속을 검토 중이라는 블룸버그 보도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자극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중 갈등이 강화될 것이란 우려도 하락세에 힘을 보탰다. 지난 16일 공개된 블룸버그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이 미국에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사업을 모두 빼앗았다고 비판했다. 이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6.8% 내려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순환매’ 현상이 지속되면서 그동안 시장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대형 기술주는 크게 하락했다. 메타가 6% 이상 폭락한 반면, 애플(-2.53%), 넥플릭스(-1.35%), 마이크로소프트(-1.33%) 모두 하락했다. 이날까지 5거래일간 매그니피센트7(M7,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시가총액은 1조1820억 달러나 증발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형 기술회사가 각각 S&O500 지수의 7%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회사들이 상승하더라도 지수 하락을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테슬라도 2.96% 빠진 248.9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퀄컴도 올해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HSBC의 보고서가 나온 후 8.61% 하락했다.

“순환매 이어질 것”vs“신중해야”

이날 다우지수를 이끈 것은 금융주와 헬스케어주였다. 이날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4.45% 상승한 573.28달러에 장을 마쳤다. 제퍼리스는 이 주식을 ‘홀드’에서 ‘매수’로 상향조정했다. 존슨앤존스도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넘어서며 주가가 3.69% 상승했다. US뱅코프도 4.55% 상승한 45.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이사회(FRB)가 9월에도 금리 인하를 시작한다는 관측이 높아지며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주식에 투자자금이 쏠리는 순환매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리톨즈 웰스매니지먼트의 수석전략가인 칼리 콕스는 야후 파이낸스에 “돈이 기술주에서 다른 주식으로 넘어가면서 가격이 지금처럼 빨리 오르지는 않지만, 이는 결국 강세장을 강화하고 길게 지속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BTIG의 조나단 크린스키는 블룸버그에 “전형적인 강세장이 끝나가고 있다”며 “순환매가 지속되더라도 새로운 주도주가 나올 때까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은 이어졌다.

이날 공개 발언에 나선 연준 위원들은 금리 인하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종착점에 온 것은 아니지만 정책 금리 인하 시점에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7월과 9월 사이에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면서 고용시장이 예상 밖으로 약해지거나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간다는 확신이 생기면 금리 인하를 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9월 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인지에 대해 밝히지는 않았지만, 물가 압력이 완화하고 고용시장이 지지력을 보여 최근 지표가 확신을 더해줬다고 설명했다.

국채금리 하락…금 3거래일만 약세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오후 3시 기준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2.5bp(1bp=0.01%포인트) 내린 4.143%로 지난 3월 11일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2.0bp 하락한 4.425%로 지난 2월 7일 이후 가장 낮았다. 이날까지 2년물은 5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장보다 0.51% 내린 103.73을 기록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0.35% 상승한 1.0938달러, 달러·엔 환율은 1.39% 하락한 156.14엔을 가리켰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원유 재고가 3주 연속 감소했다는 소식에 4거래일만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은 전장보다 배럴당 2.34달러(2.9%) 오른 83.10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9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1.46달러(1.74%) 상승한 85.19달러를 기록했다.

금값도 3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8월물은 전날보다 온스당 0.3% 내린 2459.90달러에 마감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한때는 2488.4달러까지 올랐으나 이익확정 매물이 출하됐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날보다 10.46% 급등한 14.57을 기록했다. 5월 초 이래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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