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지금까지 타고 오던 길 잘못 드는 필마(匹馬) 대신 준수하고 숙련된, 통합을 이룰 준마(駿馬)로 바꿔타야 합니다. 국민 대다수는 지금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권력핵심의 386세대들은 진짜 사회주의도 아니고 완전한 자유 민주주의 시장 경제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인데서 경제는 추락하고 앞날이 걱정됩니다.”
한국 가톨릭의 대표적 지성인 정의채(鄭義采ㆍ79ㆍ서강대 석좌교수) 신부가 9일 저녁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천주교 서울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손병두) 주최 ‘하상신앙대학’ 강연에서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향해 고언(苦言)을 쏟아냈다. 그는 “이제는 분열이 아니라 국민을 통합하고 국제인맥을 총동원해야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 신부는 이날 강연에서 현정부ㆍ여당의 핵심을 맡고 있는 386 정치인들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던졌다.
“386 정치인들이야말로 ‘수구 중의 수구’다. 인류 사조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수십년 앞서가고 있다”고 이들의 ‘폐쇄성’을 비판했다. 정신부는 “우리는 민족공조 자주국방을 외치며 안보 위기를 조성했는데 이웃 일본은 미국의 힘을 믿고 UN 상임이사국까지 거론하기 시작했다”며 “국제적으로 국력을 키울 때 민족 공조가 이뤄질 것”이라고 현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정신부는 또 “정부·여당의 국가보안법폐지·사학법 개정·과거사규명·언론법 개정 움직임에 민심의 큰 부분이 외면하니 실패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먼저 사학법 개정에 관해 “종교는 순교(殉敎)의 정신이 있기 때문에 끝까지 반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거사 규명과 관련, “민생고는 외면하고 역사학자들에게 맡기면 될 문제를 저렇게 야단들이니 정말 착잡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언론법 개정에 대해 정신부는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 신문부수를 조정하려는 것은 편협한 사회주의적”이라며 “조선ㆍ동아 독자가 많은데 법을 만들어 신문 보는 사람을 보지 말라고 할 것인가?”고 반문했다. 정신부는 “정권에 비판적인 두 신문에 대해 규제를 가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TV나 신문에는 호의적인 이중정책은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채 신부는?
1953년 사제 수품 후 이탈리아 우르비노 대학에서 중세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명동성당 주임신부와 서강대 총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