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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란 말이 무색한 요즘이다. 상도동에서 벌어진 사건뿐만 아니라 자식이 부모를 살해 혹은 폭행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가족 간 범죄는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어긴 ‘패륜 범죄’라고 손가락질을 받지만 그 증가세는 견고하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족을 바라보는 구성원 간 인식 차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존속 살해·폭행’ 7년 새 3배 이상 급증…친족 간 범죄 증가
‘존속 범죄’는 가정의 달이었던 이달 사이에도 연이어 등장했다. 충북 제천에선 80대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50대 딸이, 대구에선 말다툼 끝에 80대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50대 아들이 각각 경찰에 붙잡혔다. 자식이 부모를 살해·폭행하는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나다 보니 ‘존속 살해·폭행’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통계상으로도 존속 범죄는 최근 꾸준히 증가했다. 경찰청 범죄 통계를 보면 국내 존속 살해(미수) 발생 건수는 2011년 20건에서 2018년 70건으로, 존속 폭행은 같은 기간 470건에서 1540건으로 각각 3배 넘게 증가했다. 존속 협박도 2011년 36건에서 2018년 146건으로 늘어났다.
가족이 ‘사회적 보호망’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그 피해는 가정 내 약자인 아동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끼쳤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범죄자가 피해자의 친족인 비율은 △2014년 12.6% △2016년 16.0% △2018년 17.2%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사회로부터 구성원을 지켜주는 가족이나 친족의 의미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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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구성원 간 인식차 극복해야…국가가 가정 폭력 피해자 보호”
최근 법원에선 이러한 마찰을 극복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폭행해 죽인 아들이 재판을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과 가정폭력, 이에 따른 모친과의 가정불화와 이혼 등으로 가정이 해체되면서 부모에게 정서적 지지와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판단하면서 아들에게 양형 기준보다 낮은 징역 8년을 아들에게 선고했다.
공 교수는 가족 간 마찰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대화와 소통을 제시했다. 그는 “가족 구성원끼리,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 인격적 대우를 해야 한다”며 “세대 간 갈등이나 구성원 사이의 갈등이 있으면 대화나 소통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평소에도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가족 내에서 일어난 범죄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피해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가정을 대체할 수 있는 보호시설이 없으니 가정 폭력 피해자들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생긴다”며 “우리 사회의 강력한 가족(가정) 보호주의가 결국 가족 간 범죄를 꾸준히 증가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가족(가정)을 천국처럼 생각하는 이런 상황에선 (피해자가) 아무리 신고를 해도 사법기관 등이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며 “가정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해 폭력과 범죄로부터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