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취소된 21호 신약 ‘리아백스’...젬백스, 올해 약물재창출 성공할까

21호 국산 신약 ‘리아백스’로 알려졌던 젬백스의 ‘GV1001’
전립선 비대증 임상 3상 결과 수령 예정...연내 허가 신청 가능성 ↑
젬백스 측 "발기부전 없는 최고의 전립선 치료제될 것"
알츠하이머 등 신경 질환 2종 관련 약물 재창출 시도도 박차
  • 등록 2023-01-04 오전 8:27:56

    수정 2023-01-04 오전 9:24:50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췌장암 치료용 국산 21호 신약 ‘리아백스’(프로젝트명 GV1001)가 조건부 승인됐다가 2020년 허가 취소된지도 2년이 훌쩍 지났다. 이를 보유한 젬백스(082270)앤카엘은 5종의 추가 적응증으로 GV1001의 약물 재창출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전립선 비대증 적응증 관련 국내 임상 3상을 완료한 GV1001이 올해 최종 허가 관문을 넘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공=젬백스앤카엘)


21호 국산 신약이었던 펩타이드 ‘GV1001’

3일 젬백스앤카엘에 따르면 회사 측이 보유한 GV1001(성분명 테르토모타이드염산염)은 1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다. 이는 염색체 말단에서 유전물질의 손상을 막는 DNA-단백질 구조체 ‘텔로머라제’에서 유래한 물질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자사의 GV1001이 신경 퇴행성 질환을 유발하는 타우(tau) 단백질의 이상 침착, 산화스트레스에 의한 뇌조직 손상 등 다양한 생체기전에 관여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젬백스앤카엘의 전신인 카엘이 1000만 달러 규모로 노르웨이 바이오기업 젬백스를 인수하면서 GV1001을 확보하게 됐다. 이듬해 회사명을 카엘에서 젬백스앤카엘로 변경했다. 이렇게 탄생한 회사는 GV1001이 항암, 항염, 항산화 등 체내 다중기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암 및 노인성 질환 적응증을 발굴해 개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14년 GV1001은 식약처로부터 췌장암 치료제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이렇게 탄생한 국산 신약 21호로서 ‘리아백스’는 당시 젬백스앤카엘의 관계사인 삼성제약이 제품명으로 공급하게 된다. 하지만 시판후 임상 3상 자료 제출 조건을 제때 맞추지 못했고, 결국 2020년 5월 리아백스는 허가취소됐다.

현재 젬백스앤카엘은 GV1001의 췌장암 관련해 이미 종료된 임상 3상과 관련한 연구 논문이 게재되는 시점에 맞춰, 해당 적응증의 재허가 신청을 진행할 것으로 계획 중이다.

젬백스앤카엘의 펩타이드 신약 후보물질인 ‘GV1001’은 2014년 췌장암 치료용 국산 21호 신약으로 조건부 허가됐고, 삼성제약이 ‘리아백스’란 이름으로 출시했다. 이후 해당 약물의 약효 논란이 불거졌으며, 2020년 시판 후 임상 3상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허가 취소됐다.(제공=삼성제약)


전립선 비대증 적응증....이르면 연말 허가신청 가능성↑

이런 과정에서 젬백스앤카앨은 GV1001의 추가 적응증을 두루 발굴해 약물재창출을 시도했다. 현재 회사는 △전립선 비대증(임상 3상 완료) △알츠하이머(국내 임상 3상 및 글로벌 임상 2상 진행), 비소세포폐암(임상 2상 완료) △전립선암(국내 임상 2상 완료) 등 4종의 임상개발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이를 위해 젬백스엔카엘은 2021년 연결기준 총 매출액(600억원)의 약 12%,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액(609억원)의 약 11%를 연구개발(R&D)에 각각 투자했다.

GV1001의 적응증 중 가장 앞선 전립선 비대증관련 개발 시도다. 젬백스앤카엘 관계자는 “전립선 비대증 관련 적응증을 임상 3상을 마쳤고 데이터 수집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최종임상시험결과보고서(CSR)을 수령해 추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CSR의 수령 시점에 따라 연내 허가신청을 진행할지 내년으로 미룰지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GV1001의 첫 약물재창출 성공 여부는 빨라야 2024년 하반기에 가려질 전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전립선 비대증 환자 수는 2021년 기준 135만4025명이며, 그 시장 규모는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관련 환자 수가 매년 4%씩 증가해 2030년경 22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환자 수의 증가 폭만큼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선 관계자는 “기존 약물에서 나타나는 발기부전 등의 부작용이 GV1001의 임상에서 나타나지 않았다”며 “허가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5번째 신규 적응증 IND 신청...“올해 신경질환 임상 박차”

지난 29일 젬백스앤카엘이 식약처에 진행성 핵상 마비 환자 대상 GV1001의 임상 2a상 IND를 추가 신청했다. GV1001의 5번째 적응증 개발을 본격화한 셈이다. 진행성 핵상 마비는 뇌피질이나 피질 하부 조직의 신경섬유가 변성돼 나타나는 진행성 파킨슨 증후군이다. 2021년부터 회사와 중앙약사심위위원회 측은 진핵성 핵상 마비와 알츠하이머의 상관성, GV1001의 알츠하이머 2상 관련 세부 자료 등을 가지고 여러 논의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젬백스앤카엘 관계자는 “GV1001이 췌장암 치료제로 승인됐던 만큼 안전성을 보는 임상 1상을 생략하고 바로 임상 2a상을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의 규모나 비용적 여력에 비춰, 5가지 적응증을 동시에 하긴 어렵다는 판단이다”며 “올해부터는 전략적으로 진행성 핵상 마비와 알츠하이머 등 신경 퇴행성 질환 관련 적응증의 임상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회사는 GV1001의 알츠하이머 적응증 관련 국내 임상 3상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임상은 국내에서 지난해 1월 승인됐으며, 오는 2024년 10월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젬백스앤카엘은 GV1001의 알츠하이머 적응증과 관련해 네덜란드 의약당국으로부터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이로써 회사는 미국과 스페인, 폴란드, 네덜란드 등에서 해당 임상을 진행하게 됐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핀란드 등에서도 같은 적응증으로 임상 2상을 승인받기 위한 절차를 밟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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