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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대통령 소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대회의실. 프리랜서와 유관단체 관계자 20여명이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과 마주했습니다. 프리랜서들은 이 자리에서 본인들이 겪은 일과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그중 한 프리랜서는 일하고 돈을 제대로 못 받는 게 일상이라고 했습니다. 프리랜서는 일 특성상 프로젝트 건마다 돈이 책정되는데,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며 비용을 깎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겁니다.
“삽화를 그려서 냈어요. 그런데 본인이 생각했던 게 아니래요. 절반이 깎였습니다. 이건 ‘미수금’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디에다 얘기할 수 없어요. 다음에 일감을 또 따내야 하니까요. 완전히 떼인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벽히 받았다고도 할 수 없는 일이 저희에겐 일상이에요.”(프리랜서 A씨)
“임금체불 금액이 늘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잖아요. 그런데 프리랜서들이 못 받는 돈은 이보다 더 많을 거예요. 실태조사조차 없습니다.”(프리랜서 B씨)
윤석열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를 강조하며 임금체불에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고 있죠. 하지만 프리랜서에겐 적용되지 않습니다. 프리랜서가 받는 돈은 ‘임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 본질적으로 보면 프리랜서는 ‘근로자’가 아닌 탓입니다. 임금과 근로자는 법적 개념입니다.
‘공짜 노동’ 일화도 여러 명이 털어놨는데요. 강연을 준비했는데 수강생이 적어 폐강했고 이를 이유로 돈을 안 주더랍니다. 일부는 선수금으로 50% 주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프리랜서 C씨는 “강연자들은 강연을 준비하는 시간도 노동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습니다.
갑질과 관련한 공짜 노동도 있었습니다. 행사 후 술자리로 강제로 불러 노래를 부르도록 하는 일입니다.
프리랜서들이 겪는 고충은 비단 노동에 대한 대가를 못 받는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프리랜서와 같은 특수직 종사자의 고용안전망을 위해 고용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한계도 지적됐습니다.
프리랜서 D씨는 “작가들은 작품활동을 끝내도 인세가 들어와 소득으로 잡힌다. 일은 분명 안 하고 있지만 소득이 생겨 법적으론 일을 하는 사람이 돼버린다”고 했습니다. 잠시 작품활동을 하지 않고 쉬는 기간이 실업인지 모호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실업 상태임을 증명하는 일이 어렵다는 토로도 이어졌고요.
지난 15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동법 입법자는 가장 부지런해야 합니다. 노동시장이 빨리 변하기 때문이죠. 노동시장이 변한다는 것은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위치와 시간이 바뀐다는 의미입니다. 그때그때 바꿔주지 않으면 누군가에겐 불필요하게 과도한, 누군가에겐 정말 필요하지만 사각지대에 놓이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프리랜서와 같은 특수고용직과 관련해 권 교수는 “플랫폼 노동으로 이익과 혜택을 얻는 사람들이 (노동자에게) 어떻게 분담하고 합리적으로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근로자 개념이 과거의 전형적인 모습과 비켜나가 다양하게 변화되면, 국가는 여기에 걸맞게 이런 업무에 종사하는, 많은 사용자로 칭해지는 사업자들,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 의견을 받아서 그 부담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편 프리랜서의 고충을 받아주는 정부 창구가 없는 점은 신속히 해결되길 바랍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복수의 프리랜서들은 정부 부처가 각자 자기 일이 아니라고만 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정부가 한 통로로 프리랜서 고충을 접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