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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막 아프다는 뜻 아닐까?”
“아니, 그거 말고 브랜드명이라는데”
역시 나만 모르는 게 아니었다. 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대학교 때 선배가 그 바지를 입고 다녔는데 ‘무슨 바지가 그렇게 생겼냐’고 핀잔을 줬더니 200만원 이라고 하던데. 그래서 난 발망을 알지.”
‘패피’, 패션과 피플의 줄임말. 패션에 관심많고 옷 잘입는 사람이란다. 얼핏 알 수도 있지만 가까이하진 못한 그런 브랜드가 모인 곳에 가봤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프리미엄 패밀리 세일전.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단 이틀만 열렸다. 행사 문자는 VIP 고객만 받을 수 있지만 아무나 입장 가능하다. 할인율은 최대 70%. “나도 뭘 하나 건질 수 있을까?”라는 기대도 사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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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익숙한 것이 있다면 상품을 마구 만지고 입고, 신어볼 수도 있다. 백화점 명품점을 먼발치에서 바라봤던 것과 다른 풍경이었다. 게다가 명품을 장바구니 같은 비닐백에 아무렇지 않게 쑤셔 넣고 쇼핑을 즐기는 사람까지. 그 모습은 기자가 즐겨 찾는 SPA 매장에서와 같았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헉’소리 나는 가격이다.
“이거 신어봐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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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매장을 지날 때쯤 한 여성고객이 신발을 보며 “이건 재질이 뭐냐”고 물었다. 점원은 “페릿”이라고 한듯했다. 분명히 내가 듣기엔 페릿이었다. 무슨 새로운 패션용어인가 싶어 바로 검색해봤더니 페릿은 족제비과 동물이란다. 모피가 매우 부드럽다고도 나와 있다. 신발에도 페릿을 쓰나 싶었다.
그 점원에게 다시 물어봤다. 페릿이 아니고 ‘패브릭’이란다. 합성섬유다. 명품이면 다 좋아 보이는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정말 잘못 들었던 걸까. 어쨌든 그런 심오한 생각에 순간 빠졌다.
기자는 행사 마지막 날 찾았지만 명품을 좀 아는 사람들은 첫날 온단다. 계산하는 데만 1시간30분을 기다릴 줄 알아야 명품 속 명품을 고를 수 있다고도 했다. 명품 브랜드 이름도 모르는 ‘패알못’이 명품 속 명품을 고를 날이 언제 올까 싶었다. 어쨌든 나와는 다른 세상 속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