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충청권 분열 부른 철도박물관 유치전

  • 등록 2016-05-24 오전 8:28:29

    수정 2016-05-24 오전 8:28:29

[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충청이 분열하고 있다. 영충호(영남·충청·호남) 시대를 맞아 충청권 정치인들은 여야와 지역을 넘어선 공조를 통한 지역발전을 외쳤다. 충청권 4개 시·도지사 협의회까지 만들었지만 작은 이익 앞에 무너질 처지다.

2000년대 초반 대전과 충북 오송, 충남 천안은 고속철도(KTX) 호남 분기점 선정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당시 충북 오송이 최종 승리하면서 지역 간 대립은 끝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여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충북 오송이 우리나라 최대의 교통요지로 성장하고 있는 반면 대전은 서대전역에 KTX 배차가 거의 중단돼 후유증을 겪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책임론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세종도 중앙부처 이전으로 입주 공무원들의 편의성과 행정의 효율성을 내세워 KTX 세종역 신설을 주장, 충북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를 둘러싸고 또다시 지자체간 대립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국립철도박물관 건립사업은 철도역사문화관을 비롯해 철도산업과학기술관, 어린이철도테마파크 등에 1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완공되면 연간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측된다. 오는 9월 최종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전국에서 10여개가 넘는 자치단체들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지자체들은 각기 ‘철도박물관 입지의 최적지’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주민 서명운동과 함께 지역 국회의원들을 총동원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경쟁이 과열하면서 상대방 지역을 헐뜯고, 문제점을 부각하는 네거티브 마케팅도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유치전에 뛰어든 대전, 충북, 세종 등 충청권 지자체들의 상호간 흠집내기는 지역 주민들의 눈쌀을 치푸리게할 뿐만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한 공조체계마저 무너뜨릴 위기다.

지역발전을 위해 국책사업을 유치하는 것을 나무랄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자체장들과 지역 정치인들의 치적쌓기용 사업유치를 위해 어렵게 쌓아온 화합과 상생의 기틀을 무너트린다면 ‘소탐대실’(小貪大失)이 아닐 수 없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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