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을 넘어서 세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데일리가 광복 70년을 맞아 선정위원을 통해 뽑은 ‘한국을 바꾼 70대 제품’에도 이름도 올랐다. 일본의 한 방송인이 “한국 영화가 대학 수준이라면, 일본 영화는 유치원 수준”이라고 평했을 정도다. 이처럼 부산국제영화제가 자리매김한 데는 감독, 배우, 시나리오 작가 등의 영화 각 분야에 재능 있는 이들이 영화에 대한 열정을 쏟아낸 덕분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밖으로, 안으로 도전에 직면했다. 북경영화제, 칭따오영화제, 도쿄영화제 등이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커가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미 대한민국 영화제가 아니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고, 세계 영화인들이 주목하는 영화제라는 게 강수연의 말이다.
지난 2월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의 타협 결과 공동집행위원장 체제, 부조직위원장 신설, 일자리박람회 개최 등이 등장했다. 물망에 오른 배우 안성기·조재현·강수연과 박광수 감독 중 강수연이 낙점됐다. 부산시가 조재현을 밀었고, 부산국제영화제는 안성기 또는 강수연 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강수연은 저간의 사정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터라 선뜻 공동위원장 직을 수락했다. 영화계에서는 폭넓은 영화계의 인맥이나 강단 있는 성격 등을 비춰 강수연의 선임을 환영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강수연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아직 그 그림이 정확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에서 광역수사대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가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서 내뱉는 명대사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류승완 감독이 평소 강수연이 즐겨 쓰는 이 말을 기억해뒀다 이 영화에 썼다. 류승완 감독은 필자에게 “이춘연 씨네2000 대표를 통해 강수연으로부터 이 말의 사용을 허락받고 시사회에 초청해 감사의 말도 전했다”고 말했다.
세계로 성장하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그 틀이 훼손될까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 강수연의 말처럼 폭염 속에서도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촬영에 나선 영화인은 자부심, 자존감, 체면으로 똘똘 뭉쳐있다. 부조직위원장 신설 등으로 영화제에 외부의 입김이 가시화된 지금,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의 지혜가 발휘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