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스페셜)①스왑시장에 블랙홀이 있다

  • 등록 2002-05-21 오전 9:27:48

    수정 2002-05-21 오전 9:27:48

[edaily 정명수기자] IRS 마켓의 매력은 채권을 사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있지만 실제로 돈이 별로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액 결제만 하기 때문에 레버리지(leverage) 기능이 있다. IRS는 프라이머리 마켓(Primary Market: 발행시장)과 연계해 다양한 파생상품 거래도 가능하게 해준다. 지난해 말부터 등장한 듀얼FRN, 인버스FRN과 최근의 옵션부채권, 디지털옵션채권 등이 모두 스왑 또는 스왑션을 근간으로 한다. 지금 IRS 마켓은 스왑 스프레드가 급격하게 좁혀지는 `이상 현상`으로 초긴장 상태다. IRS 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스왑 대란(大亂)`의 배경에는 채권에 굶주린 장기투자기관들, 크레딧 리스크와 레버리지 리스크에 대한 무시, 연약한 스왑시장의 기반 구조, 채권 공급 부족 등이 도사리고 있다. ◇스왑시장의 초고속 성장 스왑시장은 2000년 초부터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일부 외국계 은행과 산업은행 등이 시범적으로 거래를 했다. 스왑시장의 비약적인 발전은 2001년 말~2002년초 에 이뤄졌다. 금리의 대세하락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발행자와 투자기관이 모두 새로운 상품을 원하고 있을 때다. 한일투신이 투신업계 최초로 스왑펀드를 들고 나와 `반짝` 주목을 받았고 FRN이 채권 투자의 핵으로 등장, 자연스럽게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바꾸는 `스왑`이 부상했다. 올들어서는 카드사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인버스FRN, 듀얼FRN을 찍어대면서 `스왑`을 얘기하지 않고서는 채권시장에 명함을 못내미는 지경에 이르렀다. 스왑시장의 성장은 거래 규모에서 단적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스왑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 규모는 2000억~3000억원대에 머물렀다. 스왑이 OTC 거래이고 스왑뱅크와 고객간에 이뤄지는 매매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구하기는 어렵다. Edaily가 자체적으로 추정한 스왑 거래량은 하루 평균 5000억~6000억원대다. 마켓메이커 역할을 하는 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하루 평균 거래량은 10계약 정도였으나 최근 거래량은 15~20계약까지 늘어났다. 인터뱅크 스왑 마켓도 외국계 은행 5~6곳과 산업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등으로 협소했으나 한미, 신한, 조흥 등 국내 은행이 속속 참여하고 있다. 삼성투신, 제일투신, 한국투신, 외환투신, 한일투신 등은 스왑뱅크와 별도로 거래를 한다. 최근에는 스왑션까지 등장, 시티뱅크 등 인베스트먼트 뱅커들로부터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장”이라는 평을 들었을 정도다. 그러나 이 같은 급성장의 그늘에는 스왑 수급의 불균형이라는 `검은 구멍`이 존재하고 있었다. ◇악의 꽃..변형FRN 스왑시장을 단기간에 성장시킨 것이 인버스FRN이나 듀얼FRN 같은 변형FRN이었다면 위기로 몰고 가는 것 역시 이들 변형FRN이다. 올들어 발행된 FRN은 총 9조3600억원 정도. 지난달부터는 옵션부채권, 디지털옵션채권까지 등장, 대략 10조원 정도의 변형FRN이 시장에 쏟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FRN 및 변형FRN 발행내역 변형FRN의 특징은 세가지다. 첫째, 쿠폰이 비슷한 만기의 다른 채권보다 높다. 둘째, 발행자는 스왑거래로 조달금리를 대폭 낮춘다. 셋째, 투자자는 궁극적으로 IRS 리시브 포지션 또는 콜옵션 매도 포지션을 갖는다. 대표적인 변형FRN으로 가격 논란이 치열했던 인버스FRN을 보자. 고정금리-CD 형태의 인버스 FRN은 분해하면 고정금리채권을 사고 IRS를 리시브한 것과 마찬가지다. 고정금리-CD=고정금리1+IRS 리시브, 즉 고정금리1+(고정금리 수취-CD금리 지급)이다. 인버스FRN을 매입한 보험사나 은행투자, 일부 투신사는 결국 스왑뱅크와 IRS를 리시브하는 거래를 한 셈이다. 스왑뱅크는 투자자들의 리시브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동시에 스왑마켓에서 이를 헤지해야한다. 스왑뱅크가 고객의 IRS 리시브를 헤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장에서 IRS를 다시 리시브해 현금흐름(cash flow)를 맞추는 것이다.
                 ←IRS 리시브        ←IRS 리시브
보험 등 투자기관             스왑뱅크            스왑마켓
                 ~>CD               ~>CD
스왑뱅크는 투자자의 리시브 수요를 받아주고, 자신은 페이(pay: 채권매도 효과, 고정금리 지급) 포지션을 갖는다. 대고객 거래로 잡은 페이 포지션을 스왑마켓에서 반대 매매로(IRS 리시브)로 헤지하면 간단하지만 실전에서는 이것이 쉽지 않다. 단순 계산으로도 듀얼이나 인버스가 10조원 가량 시장에 나왔지만 스왑뱅크들이 이들 채권이 나오는 즉시 반대 매매로 헤지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변형FRN의 발행과 스왑 거래가 시기적으로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스왑뱅크들은 페이 포지션을 어느 정도 끌고 가다가 적절한 기회에 포지션을 중립으로 만들기도 하고, 채권을 사거나, 국채선물을 매수함으로써 헤지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실제로 2~3월 변형FRN 발행이 극에 달했을 때 외국계 은행들은 자신의 페이 포지션을 헤지하기 위해 국채선물을 사거나 국고채 입찰에 참여했다. 이는 현물 수익률이 상승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주기도 했다. IRS 페이 포지션을 곧바로 (리시브로) 헤지하지 않고 국채선물 매수로 대응하면 선물의 저평가 차익을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다. 또 (리시브로) 헤지할 때 호가 차이에서 오는 비용을 줄여 `변형FRN 발행-스왑 거래`에서 얻는 마진을 극대화할 수 있다. 듀얼FRN도 IRS 3-5년, 3-6년, 3-7년 스프레드를 페이(IRS 3년 리시브, 장기쪽 페이)함으로써 보험사 등 투자자의 포지션을 커버하는 헤지 거래를 해야한다. 옵션부채권이나 디지털옵션채권은(3-by-3 채권이라면) 전반의 3년은 발행자의 자금 조달(즉, 페이)을 받아주고 스왑뱅크는 이를 리시브로 헤지하고, 후반 3년은 옵션 행사 가능성에 맞춰 리시브 포지션으로 헤지를 해야한다. 이같은 거래에서 스왑뱅크는 일정량의 페이 포지션을 남겨놓을 수 밖에 없었다. 인버스FRN, 듀얼FRN, 옵션부채권 등으로 스왑뱅크들은 올 상반기 `초호황`을 구가했지만 한편으로는 누적되는 페이 포지션을 처리해야하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페이 포지션의 반대편, `리시브`는 누가 가지고 있는 것일까. (시리즈 ②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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