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일본의 2, 3대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이 합병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주회사를 설립해 각 브랜드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체제로, 합병이 완료된다면 세계 3위 완성차 업체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 우치다 마코토(왼쪽) 닛산자동차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미베 토시히로 혼다자동차 사장 겸 CEO가 지난 8월 1일 일본 도쿄에서 양사 합작 연구센터 출범을 선언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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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기업결합(M&A)를 위한 협의에 돌입한 혼다와 닛산이 조만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주회사 통합 비율 등 세부 사항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닛산은 미쓰비시 자동차의 최대주주로, 향후 미쓰비시 자동차도 합류할 예정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3개 업체의 판매 차량 수를 합치면 연간 800만대를 넘어서 토요타(1123만대), 폭스바겐 그룹(923만대) 다음이 된다.
양사는 지난 3월부터 협업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8월 두 회사는 포괄적인 비즈니스 제휴를 체결하고 차량 내 소프트웨어 및 구성 요소의 공통성에 대해 논의했다.
두 회사는 합병을 통해 주요 전기차(EV) 구성 요소 및 차량 내 소프트웨어 공유와 배터리 공급에 대한 협력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와 관련해 상당한 자금을 투자한 혼다는 닛산에 탑재 배터리를 공급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혼다와 닛산의 합병 배경에는 완성차 업체의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적으로 내연기관 차량에서 EV로의 전환이 진행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기술력까지 갖춘 비야디(BYD)와 같은 신흥 전기차 업체들이 부상하면서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에서 일본 차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11월 24일까지 혼다의 중국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7%, 닛산의 경우 10.5% 감소했다.
창립자인 혼다 소이치로 시절부터 혼다는 엔진 개발에서 ‘자급자족의 원칙’을 이어온 만큼 이번 합병은 회사의 이례적인 정책 변화라고 닛케이는 짚었다.
여기에 더해 닛산은 더딘 신차 개발 속도로 미국에서 수요가 많은 하이브리드(HV) 차량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닛산은 오랜 기간 갈등을 빚었던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와 2023년 자본 관계에 대한 검토를 완료했지만 규모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는 줄어들었다.
결국 경영 부실에 대한 대응으로 닛산은 지난달 전 세계 생산 능력을 20% 감축하고 전체 인력의 10% 수준인 9000명의 직원을 감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닛산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 혼다와의 관계를 심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닛케이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다양한 형태로 협업하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 9월 제너럴모터스(GM)는 현대차와 전기차, 소프트웨어 등 차세대 차량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달 BMW와 토요타는 연료 전지 자동차에 대한 본격적인 제휴를 발표했다. 미국 신흥 전기차인 리비안은 독일 폭스바겐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17일 뉴욕증시에 상장한 혼다와 닛산 주가(ADR)는 각각 전거래일 대비 0.96%, 11.46% 상승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