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이희호-김정은 면담 불발(종합)

8일 3박4일간 방북 일정 마치고 귀환…이 여사 직접 방북 결과 발표
"6·15 정신 기리기 위해 노력…후세 분단 아픔 물려줘선 안돼"
김정은 위원장 등 北 최고지도부와 만남 없어…"경색된 남북관계 탓"
  • 등록 2015-08-08 오후 3:04:41

    수정 2015-08-08 오후 3:04:41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3박4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8일 김포공항을 통해 돌아왔다.

이 여사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면담 여부와 이 여사의 대북 메시지 전달에 국민적 관심이 높은 점을 의식한 듯 귀국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문이 민간차원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 불발…메시지 전달도 없

이날 오전 12시쯤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 여사는 “민간 신분인 저는 이번 방문에 어떠한 공식 업무도 부여받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6·15 정신을 기리며 키우는데 일조를 하리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로부터 대북 메시지 전달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북측 주요 인사와의 면담 등 정치적 만남이 없었음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여사의 방북 일정에는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주로 아태평화위 관계자들이 동행했다. 방북 기간 총 3번의 만찬 중 첫날과 마지막 만찬을 함께한 북측 최고위 인사도 맹 부윈장이었다.

아태평화위 위원장인 김양건 노동당 비서도 이 여사와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 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북측의 대접이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초 이 여사의 이번 방북은 작년 12월 김 위원장의 친서 초청에 따라 추진된 것인 만큼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나 북측 고위 인사를 통한 메시지 전달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김대중평화센터측에서도 출발 직전까지 현지 조율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여사가 북한에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는 6·15 공동선언을 이뤄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부인으로, 남북 모두에 남다른 상징성을 지녔다는 점은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북한 최고위층과 이 여사의 만남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김 제1위원장과의 면담 불발은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방북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스스로 한 약속을 선제적으로 지킨다는 의미가 강하다”면서 “최근 남북관계를 고려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라도 전한다면 모를까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고 예측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도 “무엇보다 남북관계 경색이 가장 문제가 아니었겠느냐”면서 “이 여사의 방문이 매우 뜻깊은 일이긴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분단 아픔 후세에 불려줘선 안돼”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이 여사의 이번 방북이 그나마 남북 교류의 명맥을 이어갔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광복절을 일주일 앞두고 남북 공동행사 계획도 전무할 정도로 남북 관계가 경색돼 있기 때문이다.

이 여사의 방북이 이뤄진 점은 이 여사는 “특히 평양에서 애육원, 육아원 등을 방문하고 해맑은 어린이들의 손을 잡으면서 다음 세대에 분단의 아픔을 물려줘서는 안된다는 것을 더욱 깊이 새기게 됐다”며 평양 방문의 감회를 밝혔다 .

또 이 여사는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아무쪼록 국민 여러분도 뜻을 모으셔서 6·15가 선포한 화해와 협력 사랑과 평화의 하나됨의 역사를 이루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이번 이 여사의 방북에 대해 6·15 공동선언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북한 대남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6·15의 정신을 되새겨준 뜻깊은 방문’이라는 글에서 “우리 인민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원천리 평양을 방문한 이 여사에게서 민족의 단합과 통일을 위해 애쓰는 진심을 알 수 있었고 여생을 통일의 길에 바치려는 그의 남다른 열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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