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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영국 총선이 8일(이하 현지시간) 열린다. 보수당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하루 전 자신만이 성공적인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이끌 수 있다며 잇따른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 정국에서 눈을 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최근 잇따른 테러로 안보 문제가 급부상했지만 이번 총선은 원래 메이 총리의 정치적 승부수였다. 의회에서의 압승을 바탕으로 내분 없이 EU와 브렉시트 협상에 나서겠다며 약 두 달 전 총선을 결정했다. 메이의 보수당은 경쟁 정당인 노동당 등을 의석수에서 앞서지만 과반까지는 17석이 부족하다. 브렉시트에 대한 높은 지지도에 힘입어 과반 의석수를 차지하자는 게 메이 총리의 노림수다. 실제 테러 정국 이전까진 낙승, 의석수 과반 확보가 예상됐다.
그러나 테러로 상황이 바뀌었다. 20%포인트까지 벌어졌던 보수당과 노동당의 지지도 격차는 이달 초 설문조사에서 적게는 1%포인트, 많아야 12%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여론조사기관 ICM과 가디언 지(紙)가 가장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는 보수당 46% 노동당 34%였다. 보수당이 여전히 앞서지만 목표했던 과반에는 못 미치는 현상유지 수준이다. 메이 총리가 예산을 이유로 경찰 인력을 감축한 게 테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노동당의 공세는 수십 명이 죽는 테러 후 증폭됐다. 노동당 대표인 제레미 코빈 역시 과거 대테러법안에 반대표를 던졌으며 경찰의 실탄 사용에 대해서도 유보적이었던 만큼 큰 반사이익을 누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5년부터 노동당을 이끌고 있는 코빈은 메이의 보수당이 긴축 정책으로 가난한 사람을 더 어렵게 만들고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맞섰다. 상위 5%에 대해 세금을 더 걷고 근로자의 권리를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 대학 등록금을 폐지하고 2500억파운드(약 363조원)의 재정을 사회간접자본(인프라)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한편 영국 경찰은 여전히 테러 후폭풍에 초긴장 상태다. 영국에선 지난 3~5월 매달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영향을 받은 테러가 벌어졌다. 가장 최근엔 세 명이 런던 브리지 인도에 승합차를 돌진해 사람을 친 후 칼을 휘둘러 지금까지 여덟 명이 죽고 48명이 다쳤다. 부상자는 여전히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이 중 10명은 중태다. 메이 총리는 경찰 증원을 비롯한 강력한 대응을 약속했다. 또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싸우기 위해서라면 인권법을 후퇴시킬 수도 있다고 언급해 국제인권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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