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오랜 악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 사건 이후 즉각적으로 보인 행동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지하는 이유”라고 반응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왼쪽)과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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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일 캘리포니아 멘로 파크에 위치한 메타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저커버그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귀에 총을 맞고 일어나 성조기 아래 피투성이 된 얼굴로 주먹을 치켜드는 모습은 내가 평생 본 것 중에 가장 ‘멋진’(badass) 모습이었다”면서 이처럼 말했다. 그는 “미국인으로서 그런 저항의 정신을 담은 모습을 보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그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오는 11월 대선에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블룸버그는 ”그럼에도 저커버그 CEO의 발언은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고 짚었다. 실리콘밸리가 속한 캘리포니아주(州)는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나 최근 들어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벤처캐피털(VC) 안데르센 호로위츠의 공동 창업자인 마크 안드레센과 벤 호로위츠 등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호감을 드러내고 기부를 약속했다.
|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대선 유세 도중 총격으로 오른쪽 귀를 다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호 요원들에게 둘러싸여 연단을 내려오면서 성조기를 배경으로 지지자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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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터뷰에서 저커버그 CEO는 메타가 운영하는 페이스북이 정치적 논란의 중심이 되지 않도록 변화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소통을 위해 페이스북을 이용하기 때문에 페이스북에서 정치적인 콘텐츠를 덜 보고 싶어한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페이스북은 과거보다 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가짜뉴스 확산, 정치 광고의 투명성과 타당성, 정치적 편향성 논란 등으로 미국 대선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저커버그 CEO와 트럼프 전 대통령 두 사람의 관계는 좋지 않다. 2021년 1월 6일 미국 의사당 폭동 이후 메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정지시켰다. 당시 저커버그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를 이용해 ”합법적인 권력 이양을 방해하고 있다“고 목소리 내기도 했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은 일부 복구됐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메타와 저커버그 CEO를 용서하지 않겠다면서 보복을 공언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지난 선거에서 사기를 친 페이스북이 잘되기를 원치 않는다“면서 페이스북을 ‘국민의 적’이라고 표현했으며, 지난 10일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내가 당선된다면 선거 사기꾼들을 감옥에 보낼 것“이라면서 저커버그 CEO를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 공개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도 재임 당시와 달리 중국의 짧은 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을 지지하면서 ”틱톡이 없다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있다“고 저커버그 CEO를 견제했다.